겨울나는 이들에게
이월 첫날, 새 달 인사예요.
거기도 뒤늦게 추위가 왔다지?
그냥 갈 수는 없겠지, 이름이 ‘겨울’인데.
그런 줄 아는 거지, 못 견딜 것도 아니고.
한번도 다 언 적은 없다
겨울 안에도 여름이 숨어있고 봄은 기다림으로 조바심 내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명품이 된 이유는
17세기 어느 겨울,
그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
오그라든 몸
강추위로 나무들의 밀도가
너무 높아져서
(김승희, ‘스트라디바리우스’)
길게 붙잡고 있을 형편이 안 되어
노래나 하나 떨어트릴 게요.
캄캄한 밤은
무섭지만
추운 겨울은
더 무섭지만
나무야 떨고 섰는
발가벗은 나무야
시련 끝에
기쁨이 오듯이
어둠이 가면
아침이 오고
겨울 끝자락에
봄이 기다린단다
이 단순한 순환이
가르치는 지혜로
눈물을 닦아라
떨고 섰는 나무야.
(허영자, ‘나목에게’)
에고, 괜히 시작했다, 하루쯤 모른 척 할 걸...
하나만 더 놓고 갈게.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허영자, ‘그대의 별이 되어)
간밤 찬 하늘을 유영(遊泳)하는 달이 보기 좋더라.
이지러졌다가 다시 눈뜰 때면 설이라 그러겠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