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2
그때 학교 앞에서 자장면 한 그릇에 백오십 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친구가 자장면을 먹겠다며 돈 천원을 꿔달라고 그랬다.
{여섯 그릇을 혼자 먹겠다는? 궁시렁궁시렁}
구렁이알 같은 비상금을 꺼내어 건넸는데
안 갚았다, 해가 바뀌도록.
-야 너 떼먹을 거야 자장면 값?
-쌔끼, 까깝하게스리, 참말로 구성없당게.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잊어버리지도 않고... 갚긴 뭘 갚아?
-짜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갚아.
35년이 지났다.
나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나푼스키~}
어제 방배동 어느 중국집에서 그와 밥 먹었다.
내가 먹은 밥값만 삼만 원 어치가 넘으리라.
{삼만 원이면 시집 다섯 권, 소설책 세 권, 수입 화첩 한 권 값인데, 아까워라...}
“네 식물(食物)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전 11:1)
{이백 배?}
한 뼘은 더 큰 친구가 그렇게 귀여워 보이데. (구여버.)
{쪼잔하다 그러겠지.
그게 갈필 몇 획에 송죽(松竹)도(圖)라고 빡빡 우길 게 아니고
어둠까지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던 렘브란트처럼
에칭 세밀화(細密畵)처럼
잔정(情)을 그려 넣는 것도 흉하지 않으리라.}
[Interlude: 어느 꽃 같은 날의 오후 세시]
조롱조롱 다닥다닥
그렇게 달린 작은 열매들
훑기 미안해서
한 개만 따서 입안에 굴려본다
맛 들지 않았어도
예쁜 것 떼어낸 게 미안해서
뱉지 못하고
어린 계집애 눈만 예쁠까
이제 우리 눈은 와이샤쓰 단추 구멍처럼 뜬 듯 만 듯한데
눈이 깊다는 말 알지?
당뇨인데도 담배 끊지 못한 녀석의 눈가로 은은한 기운이 흘렀다.
{으응? 건배 때 냄새만 맡은 고량주 탓인가, 저 대머리가 설마?}
[Prayer of Thomas Merton]
My Lord God, I have no idea where I am going.
I do not see the road ahead of me.
I cannot know for certain where it will end.
Nor do I really know myself,
and the fact that I think that I am following your will
does not mean that I am actually doing so.
But I believe that the desire to please you
does in fact please you.
And I hope I have that desire in all that I am doing.
I hope that I will never do anything apart from that desire.
And I know that if I do this
you will lead me by the right road
though I may know nothing about it.
Therefore will I trust you always
though I may seem to be lost and in the shadow of death.
I will not fear, for you are ever with me,
and you will never leave me to face my perils alone.
[베다니의 마르다 기도]
저는 짜파게티 전공인데 오늘 갑자기 라면을 담당하게 되어...
오늘 작품으로 저를 평가하신다면
투수의 타율이 시원치 않다고 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그럼 차린 건 없더라도 제 정성이오니
맛있게 드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