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1

 

미당의 ‘동천(冬天)’을 읊자면 며칠 기다려야 하겠다 싶은 중에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얌체처럼 끼어든 녀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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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하늘에

     누가 젖은 파래를 널어놓았나


     파래를 덮고 자는

     바닷가 아이의 꿈같이


     별이 하나둘

     쪽잠 들러 나의 하늘에 온다


      -‘동천(冬天)에 별 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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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어째 그리 생겼는가

배코 치면 찾는 이 없는 말사의 탱화 속에 들앉은 화상인지 보살 같겠다.

그러고 보니 이 무슨 응신(應身)이뇨

조선 불교에는 호재(好材)요 선재(善哉)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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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맨발’-


흠, 개조개는 집을 지고 다니지 않았던가?

{집을 떠난 이도 몸을 어쩌지는 못했을 거라.}


헌데, 명행족(明行足)이 니전(泥田)만 골라 디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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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거르고 많이 걸으면 좋겠다며 쏘다니다가

홍대 앞 R Bakery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어쭈, croissant과 coffee가 아주 제 맛이어서

약간 감동 먹었는데

앞자리가 비었으니 좀 그렇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라고 그랬네만

난 지금 빈 자리에 마음 쓰이거든.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꽃 진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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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참 그렇구나.

‘그렇거니’가 ‘그러려니’는 아니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