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기다렸고 올 게 온 거니까
다행이구나
비 온다고 봄비 아니고
이상난동이라도 추위 한 번 더 오지 않겠니
마침 따뜻하면 비 되어 내릴 게고
겨울에는 그렇듯이 추우면 눈으로 내리겠지
좋아할 것도 안도할 것도
실망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고
그냥 따라가면 되겠네
어울리면 되겠네
뭐가 잘못됐다고
겨울비는 슬프다 하고
사랑은 봄비 같고 이별은 겨울비 같다 하는지
겨울에 오는 비라 겨울비일 뿐
눈이 아니라서 다행이기도 하고
눈이 오면 눈이라서 좋기도 하고
{아 얼음비라면 안돼 사고 많이 나니까
얼음 세상 남기고 싶다고 나갔다가 카메라 깨뜨릴 걸}
그래도 생강나무 터지고 동백 참수(斬首) 당하기 전에
눈 두어 번 봤으면 좋겠다
얼음비 오고나면 차창이 이렇게 된다.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이외수, ‘겨울비’-
모르겠어
도사님이 왜 모르겠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