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일일 여행기 1

 


지금은 좀 아파서

엄살 받아줄 사람 곁에 있으면 좋겠네만

한 이틀 참 좋았어

날씨 하늘 아주 그만이더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랬기도 하고

또 그렇기도 했어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해돋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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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래 바다는 맑은 날인데도 안 보이더라 아지랑이에 가렸는지...

                               {아이들이 모아서 카메라 좀 난 걸 사줬는데 너무 큰 거라 가지고 가지 못했다.  원망 듣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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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몇 시간 잠만 자기에는 너무 염치없고 황송한 곳이었다


 

어둘 녘 태화 강변 대숲을 걸었다

산책길 잘해놨다

까마귀 참 많데

{1954년 겨울 대구 방천에는 박쥐가 짜드르 몰려오고 그랬다

흠~ 김승옥보다 10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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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야산이라 평상복 차림으로 올라갔는데

창밖의 파란 하늘 따가운 햇살이 날 속인 거지

아 귀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


수피만 봐도 졸참나무 굴참나무는 금방 구별이 되고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다 알아보고

배움의 즐거움 앎의 기쁨 누리는 게 어떻겠냐마는

그깟 분별지(分別智)로  우쭐할 게 아니고   

{뭐 틀렸다고 지적하는 이도 없지만}

홀로라도 좋고 홀로라서 좋다가

숲에서는 네가 있어 좋고 더불어 있어 좋고

나무가 되어 나무 사이에 있어 좋으니

숲이란 참 좋고 그런 숲에 가니 좋다


그래도 목멱산 올라갔다 온 정도는 걸은 셈인데

앗 잔돌을 밟아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접질리게 되었다

아휴 아파라 절뚝절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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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마을이란 델 갔다

밥 때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먹고 싶으면 손이 간다는데

마침 먹으려던 참이었다고 같이 들자고 내미는 게 솔잎

씹는 꼴이 한심해보였는지 땅콩(생) 몇 알도 내놓는다

동행한 이는 ‘볶은 곡식’을 드는지라 “성경에 이르기를...”로 나오니까

얼른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식물로 주셨지요”(창 1:29)로 맞받는다

산야가 그대로 거대한 식탁인 셈

“먹는 풀 못 먹는 풀이 있을 텐데?” 그러자

“손이 가는 건 먹는 풀이에요 먹어서 안 될 풀로는 손이 안 가니까”로 가볍게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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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하느라 솥 걸어놓은 게 아니고 물을 데울 때나 쓴다고.

                       사람 있는데 불기운이 없다, 춥지도 않다고.

 

 

처음에 시작한 이는 신앙공동체를 꿈꾸었을 것 같은데

일대(一代)는 사라지고

나중에 합류한 이들에 묻혀 들어온 잡신들도 똬리 틀게 된 듯

이제는 혼합종교의 색채가 가려지지 않는다

새벽 세시에 일어나 성전에 모여 예배드리고 악기 익히며 놀고 운동하는 게 두 시간이다

할 일 많아 분주하지도 않으니까 오래 많이 묵상할 것이나

우뚝 솟아 가르칠 만한 이 없고 도서문물을 통한 배움도 없으니

깨우침이 있다고 ‘참’인지도 모를 일

하기야 성문승(聲聞乘)이 독각승(獨覺乘)을 모자란다 하겠는가 

그들은 그런가보다 하면 되지 틀렸다 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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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데 큰 즐거움을 누리지 않다 보니 다른 욕심도 사라졌다고

해서 독신자들이 많으나 탈(?)날 일도 없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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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떨어지니 나름대로 평화는 누리겠는데

그런 이들 내버려두고 그런 마을 지켜주자면

그렇지 않은 이들 경쟁심 많은 이들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도 살림이다


살리는 일, 꾸려가는 일, 있는 대로 두면서도 가꾸는 일, 돋우는 일, 지키는 일이 다 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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