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한번
한국에서 연애하자면 고달프고 돈도 많이 들 것 같다. (늙은 해외동포 생각)
둘만의 기념일이 아니고 남들 하는 대로 해야 하는 날들이 많잖아?
Valentine's Day? White Day? 그런 건 왜...
꽃, 초콜릿, 속옷, 향수, 보석, 말고는 나눌 게 없는지?
그런 날들을 장사꾼들이 만들어냈다고 치고
그 장사꾼들이 누구냐 하면 우리 가족이니까
내가 좀 손해 볼 때에 아재가 대박났다고 치고 지나가는 거지
“그런 건 없애야 돼” 할 건 아니거든.
{딴 얘기지만, 참여정부 아저씨들은 어떤 측면에서 맘에 안 드는 것이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지 않고
싹 없애버리시더라, 발본색원, 말살 그런 쪽으로.}
오늘 괜히 헛물켜는 이들이 있으리라.
술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풋깡부리며 고백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 이도 있으리라.
옛사랑에게 안부 넣고 싶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도 있으리라.
그게 그렇더라
사랑은 기대와 후회 속에서만 존재하더라고.
그런데 아직 오지 않은 것을 기대하고 지나가버린 것을 후회하니까
그럼 사랑은 아무 데도 없다는 얘기? 있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
황당하구나.
‘현재’는 지나가는 점인데
{‘점’은 면적이 없다니까 궤적의 화살촉을 점이라 하는 거지 현재라는 ‘시간(時間)’은 없거든.}
거기에 무슨 사랑이라는 영구 건물을 지을 수 있겠냐는 얘기.
“요설 떨지 말고 우린 ‘지금’ 사랑하고 있잖아요?”라는 항변도 들리는 듯 하다만
글쎄 무엇엔가 몰두했다고 치고 그렇게 끌려가고 있다고 치고
그것이 사랑인 줄 인식하는 것은 한참 후가 아닌지?
허니까 “사랑합니다”라는 말 들었다고 좋을 것도 없고 하라고 강요할 것도 아니라는.
굳이 바로 지금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격렬한 동작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때문.
그래서 지겨운 게 아니고 넉넉해짐, 불안하지 않음.
'Il n'y a pas d'amour heureux'
행복한 사랑은 없다는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바라보며 사랑하고 뒤돌아보며 사랑한다고 그랬지?}
Non t'amo piu?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라는 말?
“또 다시 한번”이라는 뜻.
다시 한다고 더 잘 할는지 더 잘 될는지 모르지만
기회가 다시 주어지면 좋겠다는.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법은 없다.
무슨 사랑이라도 그것은 ‘처음’이니까.
예전 그 사람하고서라도 생짜로 처음처럼 부딪치는 거니까.}
그렇더라도...
또 한번 사랑해보셔요.
또 한번 슬퍼지더라도 또 한번 잃더라도 또 한번 울더라도
그래도 사랑해요.
{드물지만} 눈 속에서도 장미가 피거든요.
{그럼직하지 않거든 ‘설중매(雪中梅)’는 인정하겠지요?}
확실한 건 죽은 가지-죽지 않은 줄 알지만-에 연등 달듯, 구름 잡아매듯, 불꽃 터트리듯
봄꽃들이 다투어 핀다는 것.
누가 “또 질 텐데...” 하면서 피기를 거부하겠어요?
Yes, my darling you will be...
‘영원’이라는 말이 허락된 사이라면
오늘 “사랑해요”라는 말보다는 “고마워요”라는 인사가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