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일일 여행기 2
‘삼빠꾸 짓고’도 아닌 ‘893’, 그 쓸모없음이라도 생존이 걸려있기에 ‘나와바리’를 사수하려지만
난 뭐 지킬 데가 없다.
운수납자라고 아무데나 떠도는 것도 아니고 탁발이 잘 받는 동네가 따로 있을 터이나
난 도무지 구획 정리된 세상에서 살기로는 부적격자이다.
{‘세계화’되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고 ‘벌이의 터전’이라는 개념이 뇌에 주입되지 않았다는 뜻.}
그래도 가면 대접받는 동네가 있다.
거기가 다 내 집도 아니고
건달들이 알아서 기는 것도 아니고
에이 뭐 누가 알아보기나 하나
그런데 왜냐하면
끔찍이 위해주는(惑愛) 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우라고 하자고 그래놓고-그런 이들이 둘이 있음- 도무지 형 노릇을 하지 못하기에
하대할 수 없는 이군.
{힘내어 ‘군’이라 해봤지만 ‘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수천 명이다.}
‘이군의 심정’은...
그러니까 바로 아우님 때문에 내가 대접받는 것이고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우쭐대는 행차가 일년에 두어 차례 이어지게 되었다는 얘기가 길어졌다.
때마다 접대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사진 구하지 못한 분들도 더러 있지만...
사무장의 농간으로 큰 손해를 보고 나왔지만 이삭처럼 파는 우물마다 물이 솟아오르도록 복 받은 Dr. Kim
치매 노모를 모시고 있고 부인과 자녀들은 몇 년째 유학중인데도 병원 두 개가 잘만 돌아간다.
그런데, 그 동네는 가는 집마다 그릇이 많더라, 왜 그런지...
그릇이라고 다 같은 그릇이 아니고
장인의 솜씨와 먹은 나이에 따라 가히 ‘보물’이랄 것들도 있다.
내게 호의를 베푼 분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수천 년을 견딘 보물임에도 공공 박물관에 전시되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장자의 개인 재산으로 굴러다니는 것들이 상당하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가지산 넘어가다가 날은 저물고 배는 고파 석남사 아래 청국장 집에 들렸는데
경상도에서 싼값에 괜찮은 상 받기가 쉽지 않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잘 먹었다.
저게 다 청국장이라니까
에이 이건 뭐람, 아침상에 볶은 곡식, 현미 떡 구운 것, 은행알, 두부, 김, 고구마, 야콘, 사과, 곶감...
나 혼자 먹으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휴~’이다.
그 외 먹은 것: 남산 앞에서 우리밀 칼국수, 황남 빵-아류가 많지만 원조 집에서-
오리구이, “여기는 제 위수지역입니다”라는 분이 값을 치른 일정식.
하루 몇 시간을 저렇게 앉아 저 일만 하고 계실까
우리 일이라는 게 복잡성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다 단순노동직 아닌가
여행목적은 신장개업 ‘평사리 가는 길’이라는 식당의 등급평가였는데
주인이 의도적으로 내 일정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들리지 못했다.
봄 날씨라 하지만 높은 곳에는 홑이불 두께로 눈이 뿌렸고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그 자리에서 수백 년 인상을 쓰고 있는 장승에게
어이가 없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잡아두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기 끝이 좀...
있었던 일이라고 다할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얘기라도 남겨 두었다가 발효된 후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