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우편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가 있는데
무슨 전서(傳書) 비둘기나 우편마차 타령이냐만
기다림의 아픔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길어진 목으로 받고 보면 좋은 소식 아니더라.
쥐면 다칠까 놓으면 날아갈까 새란 그런 것인데
편지는 전해도 눈물은 나르지 못하는 비둘기 이제 그만 놓아주련다.
{자유롭지 못함으로는 형벌이 모자라서
사상범 양심수를 파렴치범으로 몰아버린 삶과 사랑.}
아무도 오지 않고 어디도 갈데없는 섣달그믐에
‘백조의 노래’를 듣다가
‘비둘기우편(Die Taubenpost)’이 정말 마지막 노래라고 생각해보니 좀 그렇다.
모자라서가 아니고 뛰어난 데가 있는 건지...
그래도 전성기에 콱 넘어가는 게 낫지
늙어 오래 끌다가는 마지막 노래가 뭐였는지도 모르게 되니까...
{어떤 시인은 문병 온 제자의 손바닥에 몇 자 남겼다고 한다. 그만하면 해피엔딩.}
평생 여러 곡 부른 중에서 하나를 꼽아야지
마지막 노래가 절창인가를 가늠한다면 “It's not fair.”
{그게 ‘으뜸 絶’로 보다는 ‘끊을 絶’로 더 잘 알려지지 않았나?}
설 전에 섬을 떠나게 되어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