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한 줄 천 원 하는 김밥 집 아줌마
한번 들어간 적 있어서
창을 사이에 두고 눈 마주치면 활짝 웃는다
그 인사 받기 미안해서 얼른 지나치고는
못 봐서 서운하고 그렇다
문안 주고받는 사이 아니면서
궁금해지는 이들 있다
그리움은 슬플 것도 없고
기쁨은 더욱 아니지만
있는 동안은 애타다가
지나가면 좋은 것
늦가을 빗방울도 아니고
한겨울 다듬이방망이 소리도 아니고
눈 녹이는 햇살처럼 간질이는 것
간지럼 참지 못해 터진 개나리 같은 것
열리지 않는 창문 밖에서 달달 떨던 꼬락서니 돌아보며
실소케 하는 것
그림 같은가
그리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진 않겠지만
처음부터 딱 어떻게 돼야 한다는 건 없었으니까
잘 안 된 건 버리면 그만이지만
쓰레기통으로 다시 가보게 만드는 것
물안개처럼 자꾸 피어오르다가도
해나면 금방 걷히니까
몹시 아플 때가 있더라도
그래서 못살 건 아니라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