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1
부슬부슬
으슬으슬
시름시름
밖은 젖었고
내겐 신열이 있다.
한번도 꽃때 맞힌 적 없었다.
꽃물은 꽃빛 아니니까
꽃잎 쥐어짜지 말고
“어쩜 그리 고울까” 라는 느낌만 전하고
얼었다가 풀리고 다시 찬비 맞은 꽃들에게
일일이 눈인사.
(이상 선암사, 금둔사에서)
“대체로 흐린 날씨에 곳에 따라 비가 뿌리겠고 오후 늦게부터는 개이겠습니다.”
그런 일기예보는 틀렸다고 나중에 고소할 사람 없으리라.
해 넘어가기 전에 얼굴 드러냈지만
그 따뜻함은 섬돌 위의 고무신을 채우기에도 모자랐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겠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 반가울 리 없으니까
내 방에 그냥 있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