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소나타
세탁소 보내기 전에 호주머니 비우듯
밤새 고인 가래 뱉듯이
일요일 아침에 투덜투덜
1
소는 씹었던 여물 되새김질하고
사람은 자기가 뭔지 모르겠어서 곱씹는다.
Cogito ergo sum (Je pense, donc je suis)?
생각하는 게 잘난 게 아니고
그래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짐승에게도 의식이 있다고. 식물에게도 있을 것 같고.}
사람은 제가 의식하는 줄을 의식하고-자의식-
제가 생각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넘어설(超越)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보다 정확히는
“나는 아프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이겠네.
{인상 쓰면서 “일체개고(一切皆苦)!”랄 건 아니고
간밤에 해수(咳嗽)로 고생했지만 생끗 웃으며
“나 여기 있네.”하면 될 것을.}
눈 감고서 팔 벌려 여기저기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여기저기 찾는다.
2
물고기가 익사할까 걱정하고
타조더러 날지 못한다고 야단치고
새더러 무게가 더 나가기를 주문하면서
그게 다 사랑이라고 그러니
참 답답하다.
할 테면 해봐
갈 테면 가봐
있으려면 있고.
날아가는 모습 보니 좋고
돌아오는 발소리 들어 좋고.
너는 관심(Iner-esse) 속에서 내가 되고
나는 네게 부딪쳐 나로 돌아오고.
여기서 거기까지가 거기서 여기까지와 같지는 않지.
3
태아가 인간학을 배우고 나올 수는 없다.
노인학은 노년이 되기 전에 배울 수 있다.
꼭 필요하니 누구라도 익혀야 한다.
취직하기 위해서 여러 해를 공부하면서
일하는 세월보다 더 길지도 모를 시대를 준비하지 않다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은 그래서 좋다는 얘기.
한숨 쉴 것 없다.
4
끊임없는 변명과 엄살이 내 사는 양태(樣態)로구나.
It's now or never.
말한 적 있으니까 기억하리라 믿어.
간다고 가면서 다 가져가지 않고
오면서 갖고 온 게 다 쓸만하지도 않고
이래저래 떨어진 것도 내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