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back
좀 무안해졌다.
영춘부(迎春賦)를 줄줄이 읊은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추위라니? 눈까지?
다 알기에 쓰기 싫어진 말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에고, 언제부턴가 “춘설이 어지러이 흩날리니 필 듯 말 듯 하여라”로 바뀌었더라.}
한 차례 주고받고 그러겠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가 아니고 “새 눈 덮인 벌에”라고 그래야 되겠구나.
매화가 피었다고 그래서가 아니고 {그야 뭐 봄마다 보니까}
피고나자 눈 쏟아졌다니
나 좀 내려갔다오고 싶어.
억지로 몰린 한계상황이 아니고
자연환경에서 그런 비장미(悲壯美)를 체감한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거든.
“안됐구나” 이전에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로 끄덕이다가
불구경 물 구경처럼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 같아 미안하니까
“이 믿음 더욱 굳세라 주가 지켜주신다”라고 노래 한번 불러준다.
춥다지만 그게 어디 오래 가겠냐 그렇게 지나가는 거지.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잘 견디리라 믿어.
‘꽃샘추위’라는데
그건 사람들 말일 것이고 {사람 말 아닌 말 있는가뵈...}
꽃놀이 간다고 날 받아 준비하던 이들 불평이겠고
‘Setback’이라 부르면 되겠네.
그것은 나아감(進步)에 대한 방해, 저항이기도 하겠고
병이 도짐을 뜻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후퇴, 역행을 가리키고
뜻하지 않은 좌절, 드러나지 않은 위험과 불운이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지연되었더라도
대세가 그른 것도 그르치는 것도 아니고
올 건 오고
될 건 되니까
할 건 하자.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리자.
“구름같이” 라고 그러지? 저래야...
봐, 춥다고 그래도 기러기는 제 돌아갈 때 된 줄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