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푸러기

 


“천 원 한 장에 모시겠습니다.”에 몇 번이고 넘어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시중에서 최근까지 만원에 팔리던 것인데 그만 부도가 나서...

제품은 좋은데 버릴 수도 없고 어떡하겠습니까?  부담 없이 단 돈 천원에...”

아내가 옆에 있다면 “그저 싸다면...쯧쯧... 필요 없는 것처럼 비싼 것은 없다니까”라는

핀잔을 들었겠지만 싸서 구입한 것만은 아니다.

소개하는 상품마다 신기할 정도로 괜찮아 보이더라니까.

그래서 구입한 것 중의 하나가 부푸러기 제거하는 솔이다.

“안녕하세요?  좋은 세타나 오버를 구입하고도 부푸러기 때문에 입지 못하셨지요?

그 고민을 해결할 신제품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사들고 왔는데 사용해본 적은 없다.


{자유당시절} 파마머리에서 서캐 잡듯 부푸러기를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더라도

그런 수작업에는 끝도 없고 성취도 없다.

부푸러기는 밖에서 묻혀오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그냥 만들어내는 것이다.

발바닥 각질이나 살비듬처럼.

그걸 어떡하라고?


너무 신경 쓰지 말자.

털옷 제품이 그런 것이라면 “이 생명 다하도록” 부푸러기는 나올 것이다.

그런가보다 하자.

데리고 가는 거다.

같이 사는 거다.

오빠부대의 우상도 아니면서 늙다리 정치인치고 보톡스 주사 안 맞는 이 없다는데

우린 뭐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다”니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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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경칩에 성미 급한 개구리 얼어 죽었겠다.

모처럼 지하철 아니라 버스 타고 지상 나들이하니

그래도 여의도에 산수유 터진 것 보이더라.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누가 사용해선가 부정탄 말이긴 한데-이라지만

오긴 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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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들에게

봄은 작은 꽃이리라.

늙은이?  ~에게도 ‘고목봉춘’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니까

춘삼월 호시절이 젊은이 독차지는 아니렷다.

{물 흐린다며 입장불가로 가로막는 데만 안 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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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먹여 다듬이질, 다림질한 것 입고 다닌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뭐 후줄근 패션도 개성이니까

빳빳한 기운 수그러들고 부푸러기 잔뜩 일었다 하더라도

추레하다 그럴 건 없어.

때가 되어 그래 보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번도 써먹지 못했으니 단돈 천원이라도 날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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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문 열고 커튼 젖혔지?

그럼 오늘 좋은 날일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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