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
나희덕은 ‘부패의 힘’이라고 그랬다.
녹슮, 바램, 시듦... 그런 게 다 덕이라고.
썩는다고 그러기엔 미안하니까 발효라고 그러자.
홍어회, 치즈, 청국장, 김치, 술...
곰팡이의 노고에 감사한다.
냄새, 상쾌하진 않아도 견딜 만한 것들
개펄
뒷물하지 않은
빈 장독
오래 되면 불편하지
덜 아름다운 건 아니다.
스러지는 것, 무너져버릴 것, 그래도 한참 갈 것
다해감 때문에 눈물나게 곱더라.
날림공사라는 말들 하지만
어디 날림 아닌 게 있나
영원을 보장받지 않은 모든 것들.
Whatever is is beauti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