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냄새마귀’ 때문에 기도원을 조기 탈출할 수밖에 없었어.

병자들이 “주여~” 삼창할 때 야, 정말 지독하더라.


그 냄새 때문에 사람 사랑하기는 다 틀린 거야.

노인네 쉰내, 당뇨 환자 입내, 암내, 잘 말리지 않고 거둔 빨래

달 내{뭐 그런 말이 있다고 해두고}, 분내, 향수{향이라고?}...

그러니 극장 갈 수도 없고

지하철로 통근하자니 죽겠는 거라.

{그래도 우짤기고, 묵고살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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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라고 다 같겠는가.

다 싫은 것도 아니다.


아무 데서나 난실(蘭室) 유향(幽香)을 기대할 수도 없고

암향부동(暗香浮動)이 아무 때나 있는가

무슨 별난 향기를 따로 가까이 두겠다는 게 아니다.


인동초, 치자, 밤꽃, 싸리 그런 것 말고

{서양 꽃 이름으로 헤아리자면 끝도 없겠다}

아카시아로 시작해서 산목련으로 끝나는 오월의 하얀 꽃들 말고

냄새랄 것도 없는 술패랭이, 도라지, 나리 필 때쯤 되고

그때쯤이면 일찍 피운 만큼 빨리 이운 풀들의 세대 사이클이 일차 종결되겠는데

장마 오기 전 그렇게 마른풀 내 괜찮더라.

잘 썩은 두엄 밭에 뿌렸을 때에 잠깐 피어오르는 김 내도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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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휴 못 말려, 김정식

정말 뻔뻔한데 그래도 다들 좋다고 하니까...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靈)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의 냄새.

     유령(幽靈)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 둔덕 바람은 그물 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김소월, ‘여자(女子)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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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겠네.

그때는 “春蘭如美人 不採香自獻”이라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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