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또 하지 않겠지만

 

 

벽지 풀 냄새, 장판 콩댐 냄새

문풍지 트레몰로

호청 시치는 손이 치자물 빠지지 않아 노랗다.

 

댓돌 위 흰 고무신에 담기는 햇볕이 조금 늘어났다.

살아있음이 그만큼 따뜻해졌고 눈부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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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해바라기 있던 자리

씨 떨어졌으니 거기서 또 자랄 게고

작약 싹 내민 걸 보니 거기가 걔 땅이네.

그렇게 자리 잡고 쑤욱 자라 쩍 벌어질 텐데

보태지도 돌보지도 않을 사람이 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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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별을 돌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남겨둔 꽃이 차마 잊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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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싸우면서 큰다지만

늙어서야 무슨 다툴 일 있겠는가

그래도 상처는 생기더라, 자해 아닌데도.


상처는 아주 깊어도 안될 것이고

미미하면 시시하니까

시시하면 의미가 담아지지 않으니까

그러면 기억나지도 않으니까

조금 아프게 하고 좀더 아파하는 봄은 여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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