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효과
사랑하는 사람 바라볼 때는
눈가에 따스함 모락모락 피우며
맘에 안 드는 사람 쳐다볼 때는
눈가에 따스함 모락모락 피우며
원망과 슬픔을 숨기지 못하고 보냈던 사람 생각날 때는
눈가에 따스함 모락모락 피우며
아주 가리지는 않고
아지랑이 효과로 진상을 조금 감춘 아련함으로
잊혀지지 않았어도 용서하기
다 좋아하지 않아도 끌어안기
내키지 않아도 내치지 않기
그러고 싶다고 다 할 건 아니니까
그저 마음으로만...
조금 더 해가 질어짐으로써
좀더 따뜻해짐으로써
산수유가 피고
목련이 피고
휘청거리며
헤매는 바람을 산수유가
향그럽게 추스림으로써
불분명하고 막막한 하늘을
목련이 가볍게
팔짝팔짝 건너감으로써
온 세상이
이렇게 바뀔 수가
그러게, 좀더 따뜻해짐으로써
-강동주, ‘좀더 따뜻해짐으로써’-
좀더 출렁거림으로써
좀더 쏟음으로써
썼다 지우기를 자주 함으로써
{실패작이랄 게 없거든
잊고 잊혀짐이 망측한 일이 아니고 두려울 것도 없거든}
겨울이었지만
그만하면 따뜻한 겨울이었다고
지났으니까
{다시 오겠지만 아직 멀었으니까}
이제는 봄만 누리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