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울리고 마는
날 풀렸다고 중앙분리대에 팬지를 심어놨더라.
나 살던 곳에서는 겨우내 색깔을 선사하던 팬지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임페이션스로 갈아 심는 철이다.
{이름은 그래도 정말 잘 참는 꽃이다.}
더 살 수 있어도 한창 때 지나면 뽑아버린다.
저 어지러운 색 좋다고 그래도
뇌 속과 눈알에서는 purple haze가 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흠, Jimi Hendrix?}
목련은 피고나면 등석(燈夕)에 달아놓은 수천 등불이지만
아직은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이월 보로매
아으 노피 현 등불 다호라
만인 비취실 즈시삿다
아으 동동다리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데...
어디 가고 싶다.
‘더불어 있음’은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았고
혼자 가면 어때?
그러면서 출근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젖도록 비 내린다.
사무실에 들어서다가 검은 옷 입고 주르르 나서는 이들과 만났다.
그간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직원의 인공호흡기를 아침에 뗐다고
광주로 내려간다고.
우물우물하다가 같이 떠나지 못했다.
강진, 해남, 장흥, 보성, 완도 그런 데 한번 다녀가라던 목포지부장 노처녀였다.
창이 큰 방으로 옮겨와서
재개발 동네 산뜻하지 않은 지붕들에 비 내리는 모습만 한참 보고 있는데
누가 노랑 프리지어 한 묶음 책상 위에 놓고 나간다.
{제목이 좀 그랬는데... 그냥 “기분도 꿀꿀한데” 정도로 알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