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2
가랑비 조금 내렸다.
밤새 살짝 왔다가 이내 가버렸으니 도둑비라 할까
그래도 깨어있던 사람들은 더러 흔들렸던 모양?
지붕 아래서인데도 마음이 젖었던가보다.
사계절에 내리니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라 하고
비 오는 게 그리 드문 일도 아니고
좀 끄는 기색만 있어도 “Rain, rain, go away”라고 그러면서도
막상 비 내리는 밤에는 뭐가 생각나선지 할 얘기가 생기는 모양이더라.
{조선블로그 두루 살피지 않았어도 몇 개 척 눈에 띄던 걸.}
님이 오시나보다?
하마 빗소리가 님의 발자국 소리랴?
{‘발자욱 소리’는 말이 안 돼지? 그런 것 다 따지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그래도 비 내리는 밤에는 별난 그리움이 있어 기다림도 더한가보다.
소소리바람 그치고 진한 봄기운이 마파람에 실려 올 때쯤 비 오고나면?
없는 듯 숨어살다가 때 되면 봉기하는 남로당 고간처럼
{아니다, 탈냉전 북남 화해 시대에 그런 말 쓰면 잡혀가지...}
균사(菌絲) 두루 퍼진 퇴비에서 양송이 솟듯
{아, 뜸들이지 말고 그냥}
뭐가 솟구치고 터지더니
꽃이 지천으로 쏟아지지?
그러고 또 비 오면?
갈 때 되어 가는데 비를 탓한다.
서울은 아직 꽃 천지 아닌데도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인가 아는 노래니까...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간밤에 비바람 들이닥친 듯한데 꽃들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헌데 말이지, 한번 비가 조선천지에서 붉음을 싹 쓸어가던가?
권벽(權擘)이 그랬다.
{아 좋아라, 선생님 도움 없어도 뜻이 통하네... 알아보는 글자로도 한시가 되네?}
花開因雨落因風
春去春來在此中
昨夜有風兼有雨
桃花滿發杏花空
살구꽃 씻은 듯 사라져도 복사꽃이 들어찼으니까...
비바람 탓할 것 없다.
서양에서는 포효하듯 다가온 3월이 얌전히 물러나고
4월만 해도 꽃을 어르듯 하다가 찜통더위로 돌입해선가
그런 말들이 있다.
If March comes in like a lion, it goes out like a lamb.
April comes like an idiot, babbling and stewing flowers.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고...}
실은 내가 블로깅 시작한 지 이년이 되었거든.
몇 번이나 “내가 지금 뭣 하는 짓이지?” 하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번롱(翻弄)하듯 들어섰다가 번롱(樊籠)에 걸려든 셈.
“이걸 그냥 확?” 하면서 끌려가다보면
색 바랜 사진들이 단지 오래 되었다는 이유로 가산점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실~데 없는 것들이...
김억의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하기엔 아직 시간 좀 남았지?
Drink to me only with thine eyes (Elisabeth Schwarzko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