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이제야 가을 들머리
뜨거움은 가셨지만 서늘해졌다고는 할 수 없는 이 남쪽 끝에
기러기는 왜 서둘러 찾아오는 것일까?
아침저녁으로 편대장의 구호에 맞춰 行伍지어 내려오는 무리들이 자주 눈에 띈다.
{국민이 다 군인은 아니니까 군기가 빠졌다 그럴 수는 없지만 이제 한국 백성은 줄 맞출 줄 알까?
민주주의의 오용과 자유의 범람 때문이라 할 게 아니고
紀律이 없으니까. (기율은 ‘도덕적으로 사회의 표준이 될 만한 법규’)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각종 단체장 할 것 없이 ‘지도층’이 자신에게 적용하는 원칙이 없으니까.}
갑자기 낮게 나는 기러기 떼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고 놀래라.
응, 걔들 배까지 자세히 보이는 바람에 군대에서 듣던 나쁜 말이 생각나서 쓴웃음.
황급히 빼냈으나... 택시 지나고 손들기 아니고 기러기 지나가고 카메라 켜기.
“미리 카메라 셋업 해놓고 딱 잡아낼 수 없어요?”
“... ...”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에도 길이 있고, 새들은 길 따라 날아간다.
“그럼 엊저녁에 날아가던 애들과 방금 날아간 애들 택한 코스가 왜 달라?”
“아 세상에 길이 하나뿐인가? 평면(지상)에서도 四通八達인데 공간에서야...”
며칠 전에 호랑나비 떼를 보았다.
글렀어, 여태까지 뭘 하다가?
멕시코로 가서 겨울을 나야 하는데 텍사스까지 왔다? 대부분은 여기서...
{가야할 데까지 가도 그렇고, 가지 못해도 그렇고 중간에서 마치는 건 마찬가지.}
* monarch 사진은 검색창 통해 가져왔음
오는 기러기, 가는 나비, 집이 여기 있어 머무는 사람 다 그러네.
살아있는 것들은 道上의 實存이고 途中에 있는 존재.
{말 되는지 모르겠네, Auf-dem-Wege-Sein이라 하면.}
떠오르는 구절.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히 11:13, 14)
여기는 이제야 가을 들머리.
아직 초록빛 옷 갈아입지 않고 버티는 나무들도 많다.
다 다르니까.
한 동네 사는 같은 종류라 해도 나무마다 다르니까.
한 나무, 한 가지에서도 새치처럼 빨리 세는 것도 있고.
사람 크기와 비교해보니 굉장히 큰 나무 아닌가, 老巨樹로 대접해주겠다는 표지가 없다.
참나무 잎이라고 “우리 한 날 한 색으로 같이 물들이자” 그런 약속 하지 않은 것 같다.
깨끗하지 않은 고인 물에도 그나마 가을이 내려앉는지 물빛이 나아 보인다.
아주 가버린 건 아니었는지 보이지 않던 새들도 돌아왔다.
줌 배율이 높지 않은 디카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봤자 또 후르르 날아갈 것이다.
危害를 加할 의도는 없다 해도 새로서는 “아 나 좀 쉬고 싶은 데 성가시게 구네.”일 테니.
{“좋다는데 왜 피해?”와 “싫다는데 왜 집적대냐?”는 입장 차이}
“도망가기 전에 빨리 찍어야지...”
“아니 내가 Wyatt Earp도 아니고, 아무나 아무 카메라로 速射가 가능한 게 아니란 말이오~”
Who Knows Where The Time Goes (Eva Cass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