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별
가는 비 오락가락 했다고
밤새 자취도 없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기세는 많이 꺾였다.
{본대(本隊)는 철수했고...}
봄꽃이 그 멋인 줄 아니까
잡지 않았고
잡았으면 남을 건가
그러니 따끔함에 눈물 한번 핑 돌고는
잊어버리는 건데
아주 간 건가 하면
그때 참 좋았어 라는
기억으로 내장됐으니까
만지고 비비지 못하더라도
꺼내볼 수는 있거든.
어린 벚나무 엉성한 가지에 꽃 몇 개 달려있다.
하늘 가리는 구름 같아야 하는가
외딴 데 홀로 핀 걸 두고 올 수가 없다.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 아니라도!
잔(殘)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저녁, 죽음, 벰(戈) 같은 게 어울리니 상서로운 기운은 아니지만
남음, 약함, 모자람, 희미함, 쇠잔(衰殘), 잔결(殘缺), 잔등(殘燈), 잔월(殘月), 그런 말들이
꼬물거리는 가재가 만든 파문처럼 늘어난다.
남음이란 누추하지 않은 데도...
간밤 “오늘은 내가 기도하겠다” 그러시더니
“아들이 나를 섭섭하게 한다는 생각만 들었지
아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고서는
한참을 흐느끼신다.
{어떡하지...
“연하여 기도하오니...” 그러지 않았다.
기다려야지.}
밤은 두 박명(薄明) 사이.
해거름과 동틈 간의 최단거리는 아니더라도
어둠은 지나간다.
저기 꽃 한 가지
달고 있던 것조차 거의 떨어졌다만
거리를 채운 여자들이 다 임은 아니잖아?
샛별.
작지만
가까이 있으니까
더 밝고
일찍 나왔다가 늦도록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