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세상 돌아가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지만
작은 일에도 해설가들이 많은데 큰일 일어나면 얼마나 시끄럽겠는가
해서 나라도 잠자코 있자는 것이다.
아직 대선 후보의 명단에서 빠진 건 아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더욱 어렵게 된 친구를 두고
입 가진 사람들은 다 뭐라고 그러는데
사전에 찾아왔다면 모를까 이제야 뭐
왕년에 박종철의 부친이 그랬듯이 “아무 할 말이 없데이.”
세상이 어디 사람 사는 동네만인가
그냥 그렇게 돌아가니까 자연(自然)이라 했겠고
{明月時至 淸風自來 行無所索 止無所柅}
그렇게 따라가면 되니까
분노할 일도 눈물 흘릴 것도 없다.
{흠,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
개인의 불행을 인과응보로 설명하는 이들 낯짝 한번 다시 쳐다보고
탄착점을 가리지 않는 총알의 맹목에 진저리치고
마침내... 그렁그렁으로 끝나지 않아 눈 밑을 훔쳤다.
조승희의 누나가 보내는 사과 성명서.
도우미가 쉬는 날 어른과 둘이 있는 시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큰 한숨 거푸 터지는데
죄송하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벽장문을 열면 찬바람이 쌩 몰아닥쳤다.
간식저장고에서 엿 함지를 꺼내오면
할머니는 부러진 돗바늘을 대고 홍두깨로 톡톡 치셨다.
그러면 단단한 엿이 탄성인지 신음인지 가녀린 소리를 내며 몸 일부를 떨어뜨리는데
잘라진 단면이 색유리 같았다.
아들은 그 솜씨를 이어받지 못해서
장도리로 그냥 내리치면 콩가루와 엿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비산(飛散)했다.
아이 생각에도 “저래서는 안 되는데...” 싶었더랬지.
품성은 그러셔도
참 오래 참으셨다.
사는 건 참는 거니까.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대나무를 쪼개는 것은 작업과 유희의 중간쯤 되는 신나는 일이다.
짝, 쩌어억~
읽던 글(司馬光, ‘獨樂園記’)에
마음이 권태롭고 몸이 피곤할 때에 책을 놓고 할 만한 일로 꼽은 것들 중에
도끼를 잡아 대나무를 쪼갬(操斧剖竹)이 들어있음을 보고
피식거리는 중이다.
Fade-영어로 ‘페이드’가 아니고 독어로 ‘파데’-, ennui, 아함~, 찌부드드~~~아휴~ㅇ
행락(行樂)을 이루지 못해서는 아니고
운동, 연애 말고라도 무슨 시시한 단순노동으로 땀 흘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