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러니 보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 채 달라진다고 해도
미시물리학에서는 quantum leap이니 하는 말도 쓰지만
아무튼 변화에도 단계가 있거든.
연속을 인지하는 것은 단절 때문에 가능하고
수없는 단절을 실에 꿰었다고 연속이랄 수는 없는데
고맙게도 착시현상 때문에 우리는 이음새조차 알아채지 못하고는
통짜(seamless whole)로 받아들인다 말이지.
박새 날자 배꽃 떨어졌다고 꽃잎 흩날리는 게 새 탓은 아니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니까
나는 그냥 창호 열고 내다보기만 한다.
“목련 졌으니 작약 피겠구나” 하고서
기다린다.
불러내는 이 없으니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지고 나서 킁킁거리는 녀석...
concrete on concr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