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al Park, May 2007 & Miss Potter Green

 

 

‘Touchdown’이라는 말 그거 듣기만 해도 ‘뭉클 벌떡벌떡’으로 만드는 엄청 감동이라고.

QB의 절묘한 패스를 받든지 아니면 RB이 무지막지한 태클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다가 결국허리나 다리를 잡히고도

질질 끌고 가서 마침내 딱 찍는 그 맛, 멀리서 보는 사람들도 그런데 액션의 주인공은 어떨까?

요상한 동작으로 골 세리머니를 하더라도 곱게 봐줄만하지.

다른 touchdown도 그렇다.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을 때의 가벼운 충격에 “그래, 다 왔구나” 싶은 기분 말이지,

심상한 표정을 보면 “넌 기쁘지도 않냐?”라고 시비 걸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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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직전, 착륙 직후 인사할 사람이 있다면 여행은 할 만한 것이다.

다녀가요. 나 돌아왔어.

마침 전화를 받을 뿐만 아니라, 평소의 절제에서 조금 벗어나 과장된 반가움을 실어주면

올 자리에 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돌아가거나 돌아온다는 것, 그렇게 돌아갈 데가 없으면 여행은 참 슬픈 것이지만

근거지가 있어 떠나면 참 신나는 일이고,

(아까 그랬지,) Touch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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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다녀왔거든.

다른 이유도 있지만 막내가 졸업하기에.

이주노동자가 고향에 돈 부치듯

버는 것은 늘리지 못하니까 쓰는 거나 줄이며 보내야 하는데,

뿔뿔이 흩어져 사는 다섯 식구 중에 넷이 모이자니까

뭉치돈이 힘없이 꺼져버리는 것 있지?

{돈이 힘없는 게 아니고 Mighty Bucks를 부릴 힘이 없다는 거지, 에고~}

그래도 “돈만 부치지 사람은 올 것 없다”고 그러지 않으니 감사하지,

들은 얘기처럼 펭귄 아빠 꼴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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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Central Park.  내겐 갈 때마다 성지 순례 같은 감동을 주는 곳이다.

용산 미군 기지였던 데를 전부 공원부지로 사용하겠다며 센트럴 파크를 들먹이더라마는...

그게 무슨 또 하나의 ‘세계 최대’ 조형물이 들어서거나 너무 손질한 정원이 들앉아서가 아니고,

거기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대거 동원하는 정치집회나 홍건적 시위가 없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헤픈 자세로 막춤 추듯 노는,

몸치면 어떻고 공옥진의 춤 같은 몸짓이 흉이 안 되는 마당.

긴장과 경쟁이 사람 따라 들어가지 못하는 해방구 같고,

선원(禪院)의 뒤꼍인가 싶더니 수다쟁이들의 우물가 같기도 한 데라야 Oh freedom~이라는 떨림이 있거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랬다며 오늘도 달달달달, 왈왈(曰曰)...하는 부자유한 사람들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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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록색을 뭐라 할까,

딱 이렇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니 일단 ‘Miss Potter Green’이라 부르자.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신록은 아니고

지금쯤 물댄 논의 모 색깔이 그렇겠네, 절의 단풍잎이 그런 빛이겠네,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고 {실은 좀 모자라지만 그래서 누추하지는 않은}

연하면서 넉넉한 느낌의 빛.

{마침 소만(小滿)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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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런 때니까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뭉게구름 피어나듯 사랑이 일고~

도처에서 입 맞추고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초원 한 가운데에서 비벼대도,

그러기엔 아직 쌀쌀한 데도 가릴 데에만 헝겊 쪼가리 하나 올려놓고 누웠어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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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들 중에 한국 학생 하나쯤 꼭 끼어있다.

 

 

아들은 근처 학교를 다녔고 근처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지방의 젊은이들이 일단 뉴욕에 발을 들여놓고는 돌아가지 않는다.

{조용한 데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나이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 맨해튼이라는 데가 ‘Sex and the City’를 통해서 엿본 부박(浮薄)한 데만은 아니라고.

치열하지만 풀 수 있는 곳,

부자와 빈자, 정착인과 여행자가 서로 필요하기에 어울려 공존하는 곳,

생동의 기운이 911 대참사 같은 기억까지도 없었던 듯 지워버리는 곳이다.

미국사회를 용광로(melting pot)라고 그러지만, 뉴욕은 더욱 그렇다.

뉴욕에서도 센트럴 파크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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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Sinatra가 부른 어느 옛적 노랜지

아직도 젊은이들은 그런 마음으로 뉴욕으로 가고 싶을 것이다.

 

New York, New York

I want to wake up in a city, that never sleeps

To find I'm a number one, head of the list,

Cream of the crop at the top of the heap.

 

These little town blues, are melting away

I'm gonna make a brand new start of it - in old New York

 

If I can make it there, I'm gonna make it anywhere

Come on, come true - New York, New York

 

{“가서 다 잘 되는 건 아닌데...” 따위로 김새게 만들려거든, 입 좀 다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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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Freedom (Pete See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