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도 가고
1
오월 끝자락...
‘끝’이라는 말이 아니고 이제 유월이 되겠다는 뜻이지요.
밀려감 이전에 스며듦이 있으니까
뭐가 사라진 줄도 모르는 거지요.
그렇게 간 건 갔는데 간 것 같지 않아서
애도도 없는 거지요.
사랑이 갔는데도 여전한 줄 알았다니까요.
아쉬움의 단계를 건너뛰고 그리움에 이르고서야
돌이킬 수 없음에 한숨짓는 거지요.
꽃 지면 다른 꽃 피고
꽃철 가도 신록은 더 고우니까
인연 따지지 않고 대용물 고르라면 널리고 쌨지만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로 꼭 그걸 돌아보는 때도 오거든요.
2
“어디를 들렸는지 어떻게 그걸 일일이 기억하냐?” 그러면 말 다한 거지요.
그렇게 싸다니지 않으면 손해 보는 건 우리니까
꽃가루 잔뜩 묻히고 바삐 움직이는 녀석에게 호기심으로라도 ‘다닌 데’를 물어보지 말자고.
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는데...
꿀을 얻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식물들이 수분작용이 없음으로 열매를 얻지 못하게 되면
과일, 채소, 곡물... 엥, 그거 큰일이네요?
모든 것은 ‘교류’로 형성되니까
독거하는 이들을 고상하다 칭찬할 게 아니고
단산(斷産)의 죄를 엄히 다스리렷다.
나비는 벌만큼 많지는 않고
꿀을 남겨 도움을 준다든지 그러지 않으니까
중요성으로 따지자면 벌보다는 한참 떨어지지만
가령 없었다면 그 예쁜 빛깔의 고운 날개 짓을 못 보았을 테니
아름다움은 유용성만큼이나 유용한 거네?
벌은 벌, 나비는 나비, 꽃은 꽃
사람은 따로 떨어져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지만
너는 너로 지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3
잡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잡지 않는다는 걸 알고
왔던 이 묻지 않고
갈 데 묻지 않고
있을 때 잘 있다가
싹싹하게 헤어지면 그만인데
인사 없이 떠나고서도
거기만은 다시 가고프기도 하고
들리는 이마다 아는 척하지 않지만
보고파서 기다려지는 이 따로 생기고
잠깐 피고 지는 꽃인데
한 철 지나 다시 올 리 없는데
그렇게들 앓으면서
봄은 가고
이야기는 좀 더 머물겠지요.
-흠, 간지 언제라고 이제야 봄날은 간다 하는가.
-가긴 뭐가 갔다고 그러는 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