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2

 

조선블로그 홈에 부착한 KAL 광고 ‘주 3회 캘거리 운항’을 보면서

20년을 살았고 지금도 캐나다 여권을 지닌 사람이 여러 해 다녀가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한국인들이 몰려다니기 전에,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적에 가족들이 함께 로키 산을 가서

“우와, 이렇게 굉장한 데도 있구나.”로 압도되었던 느낌이 기억 창고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쩐을 빼낼 수 있을 때는 통 짬이 나지 않아 못 간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돌게 되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언제 뭐는 넉넉했겠냐만

해서 다녀본 데 별로 없다마는...

왜 유년시절에 가족소풍 나갔던 추억에 세월이 갈수록 금칠을 더하게 되는 것처럼

아, 뭘 핑계대고 거길 갔었지?  Fade-in(溶明)으로 다가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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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빅토리아 아일랜드), 로키 산, 나이아가라 폭포, 보통 그렇게들 둘러보는 모양인데

동쪽 끝이라 한국에서 가기에는 차비가 더 들겠지만 노바 스코티아에도 가보지 않고서는

캐나다에서 볼 만한 데는 다 다녔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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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ggy's Cove에 있는 등대, NS에서 가장 사진발을 많이 받는 landmark 같은 곳이다.

 


관광지의 번화함과 명품 쇼핑, 이런저런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데는 아니지만,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를 바라보며 살고 싶은 사람,

옛적 부르던 동요 ‘등대’를 지금도 부르고 싶은 이,

오염과 공해가 없는 곳에서 잠시라도 지내고 싶은 이,

영국에 가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옛 영국의 모습과 옛 영어-Nova Scotia는 New Scotland라는 뜻-를

보거나 듣고 싶은 이는 가볼 만한 곳이다. 

거기는 바다지만 지중해의 열광과 들뜸이 가라앉고 북해의 음습함에서도 벗어난-다 돌아본 것처럼 말하네?-,

잘못 옮겨져서 더 좋은 노래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를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일부러 유람선 타고 찾아가지 않아도 고래의 재롱을 목격할 수 있고,

한적한 해변에서 홍합이나 대합을 주워 삶아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가본지 오래 되었으니 그새 형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신 없지만.} 

6월이라면 바다가재 축제가 끝나지 않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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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 없던 시절에 사진 여러 장 찍었고, 그때마다 아내는 “경치는 그림엽서면 되는데...

                             그것들보다 잘 찍을 수는 없을 텐데...” 했는데,

                             돈 들여 인화했던 것들 어디 뒀는지 모르겠고,

                             여기 있는 사진들은 대부분 검색창을 통해서 훔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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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라고 해서 바다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파랑색만큼이나 초록색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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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가는 사람은 모처럼 갔는데 안개 속에서 헤매다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월은 맑은 날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철이다.  그러나, 안개도 좋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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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se... 덩치 큰 게 어쩌면 그리 멍청하게 생겼는지

                                         얼간이라고 부르려다 “가만 ‘얼 간 이’가 누구지?”에 생각이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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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oney Bay에는 교회 세 개가 토템(地神)처럼 서 있다.  달력에 잘 나오는 그림 중 하나.

                       그 동네에는 예쁜 예배당들이 도처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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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 중인(현역) 등대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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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곳곳에 lobster trap이 쌓여있다.  그 덫에 다 걸리면 가재 씨가 마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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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점심, 저녁을 랍스터로 연짱...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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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은 아니고...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운 좋으면 해변도로를 일주하다가 무료 고래 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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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물 중의 하나, tall ship을 타고 Halifax 만을 한, 두 시간 다녀보고...

 


내가 뭐 홍보대사도 아니지만

캐나다 좋은 나라이니까 관광 수입이라도 올려줘야 할 것 같은데...

장마 시작하거든 짜증내지 말고 Nova Scotia나 한번 다녀오시라고.

거기는 내려쬐어도 태우지 않는 햇볕, 웬 파랑 물감을 그리도 많이 엎질렀는지,

해변과 산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오솔길들, 널려 있는 들꽃,

저 피장이 존 할아버지처럼 쳐주지 않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즐겁게 노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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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나 오는 길 중에 한 번은 미국 메인 주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보다 빨리 떠서 날아가도 여러 시간 걸린다.

그동안 자든지 노름하든지{배 안에 카시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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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로 돌아갔다는 말을 더러 하는데...

저 배 뒤에 생기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KTX 차표 예약할 때에 “역방향이라도 괜찮습니까?”라고 묻던데

이미 지나간 것들을 줄곧 본다는 것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니까.

그리고 거품이라고 잘못된 게 아니고

순간만 포착하면 거품이지만 ‘연장(duree)’의 관점에서는 물과 다를 게 없다.

지나간 것이 말짱 헛것은 아니고

실패라고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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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생긴다고 블로깅에 올인하는가

    재미도 성취감도 많이 떨어졌다.

    주제에 “종자기가 없어서...”라고 그럴 수는 없지만

    시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