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에서
‘고한에서 사북으로’ 그랬던가?
그런 시가 있었어, 메모 남긴 노트를 잃어버려서...
사북 가는 길... 그게 뭐 같아서
가보지 않은 이에게까지 아슴한 추억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고.
일부러 찾아갈 형편은 안 되고
직원연수회가 High One Resort에서 있어서 다녀왔어.
기차도 숨차다고 불평하다가 멀미 앓으며 끌려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이젠 그렇지 않더라.
{강원랜드 개발이 강원도와 주민의 살길이었는지는 말하지 않기로.}
오고나면 나갈 수 없는
붙잡는 건 아니라도 갈 데 없어 못 나가는 막장 같은 데였다는데...
우린 뭐 소월 시를 통하여 간접경험이라고나 할지...
오고 나니 기험(奇險)타/ 아아 물도 많고 산 첩첩이다. (‘삼수갑산’)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산’)
삭주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삭주구성(朔州龜城)’ (부분)-
꿔다 논 계약직이라도 나이 때문에 ‘고위급’ 대접을 받는데
젊은 직원들 앞에서 윗사람노릇하기가 쉽지 않고
하품과 한숨 나오는 세션이라고 해도 빠져나오기가 그렇더라.
섶다리 있는 아오라지까지는 한 시간 거리라는데 남의 차 빌려 다녀오기도 그렇고
동강, 서강 나들이는 다시 올 거니까, 언제일지 몰라도 다시 찾을 테니까...
체념은 빠르고 “신 포도는 안 먹어”도 세련되게 표현하더라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로 일어날 것이다.
남들 일어나지 않는 때라야 자유시간이겠어서 나와 걷는데...
안에서 보기로는 그냥 안개려니 했더니 응~ 빗발이랄 건 못돼도 적시네?
젖은 것들이 젖은 한지 같은 마음에 다가와서
“너를 물들여주고 싶어”라고 속삭인다.
근데 너희들 왜 다 양풍(洋風) 들었어?
구절초 꽃잎이 알밴 생선처럼 통통한 게 아무래도...
음 너희들 샤스타 데이지와 정분났구나?
층층이부채꽃이라고? 언제부터 lupine이 조선 산야에 깔렸는가?
초벌구이 햇덩이 산 위로 치솟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해가 아직 자고야 있겠느냐.
그런데 저 은빛 속치마는 말려 올라가는가 위로부터 흘러내리는가?
우중에 곤돌라 리프트 타고 올라갔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해서
해나고 다시 한 번 다녀왔다.
“떡갈나무 숲을 지난다”고 그러는데
네가 “아니야 그건 신갈나무였어” 그런다고
마음상할 것 없다.
뭘 다투냐, 아무래도 좋아야 사랑이지.
사랑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을 문제들 그게 싫으면
문제 제기될 만한 환경에서 이탈하거나 조건을 제거하면 될 것이다.
관두면 되지 다름을 강조할 것도 없고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끌고나갈 게 아니라고.
그렇게... 정선,
다녀온 데가 아니고 가볼 곳으로 남겨놓고
샌들로 가려지지 않은 발꿈치만 본 셈이지만
다음엔 샅샅이 뒤져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