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는 날 창밖으로 눈이 가서
오는 이 섭섭히 맞고 가는 이 반기세!
그걸 무슨 원칙이나 신조로 여기는 건 아니지만
만남과 헤어짐. 오고감에 부대끼며 사는 게 좀 그렇고
{내가 “좀 그렇다”고 하는 뜻으로 “거시기하다”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인맥을 입신양명의 도구와 통로로 삼지 않는 다음에야
굳이 ‘여럿’을 관리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나이 들면 추위 타더라고, 에고.
송말-원초 화가 전선(錢選)이 그린 ‘산거도권(山居圖卷)’의 화제(畵題)를 들여다본다.
山居惟愛靜 日午掩柴門
寡合人多忌 無求道自尊
鷃鵬俱有志 蘭艾不同根
安得蒙莊叟 相逢與細論
산중에 살면서 한낮에도 사립문 닫아놓는 게
번거로움이 싫어 사람을 멀리 해서 이겠는데
뜻을 품었다고 메추리와 붕새가 같겠으며
난초와 쑥은 근본이 다르다는 얘기...
그거 예로부터 지금까지 저만 잘난 줄 아는 선비들의 지껄임 아닌가.
사람이라고 다 싫은 게 아니고
나만큼, 그러니까 장자(莊周) 쯤이라도 되는 이를 만나게 되면
이런저런 얘기 나누리라는 얘기.
<사진: 김규환>
그러니 파촉(巴蜀) 가는 길 잔도(棧道)를 불살랐다고 그러지만
“그대가 오겠다면야 오는 길 일러줄게.”로 손짓하고
절 알아준다면 잠시 쉬었지만 이제 출사(出仕)하겠다면서
만족한 웃음 지으며 쪽문 열고 나간단 말이지.
{아 이까짓 블로그 문 열어 놓고 손님 안 와도 서운하고
눈에 띄는 자리에 간판 걸어준 덕에 방문 수 늘어나도 그렇더라.}
어여쁜 연꽃은 햇빛을 싫어해?
달 기다리는 모양이구먼.
꽃 피었지만 오는 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건 말이 안 돼지.
아무에게나 보여주고 싶진 않다 그 말씀?
그건 뭐 이해할 만 하네.
그게...
첫눈에 딱, 그 후로는 그대만? 아니고...
너 아니면 아닌 건 아니었는데
너이어서 너래야 할 것처럼 된
기쁨, 슬픔, 기다림, 벌, 쓰라림.
사람 싫다면서
사람 기다리는데
누가 오기나 한데나?
비 그치기까지 한 세월인데
장마철에 하안거(夏安居)로 들앉은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