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1
개인 건 아니지만 비 멎으니 벌목장 톱밥 내 같은 냄새가 나요.
거긴 몹시 덥겠지? 그래도 습기는 없으니까.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 USB를 두고 와서 맥 풀리지만
그래서 편지할 틈났으니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거지요.
꽃밭? 묻지 말라고 그러겠지.
물것타고 햇볕 과민반응 있는 줄 익히 알고 있으니 내 뭐라 하지 않겠소.
잡초가 다 가리지 못한 장미 사진 가끔 보내주는 것으로 다 용서(!)받았음.
내가 있을 때도 그랬어.
정돈되지 않은 꼴 남에게 보여주기도 그렇고, 뭐 그 정도였지.
변명은...
가꿈이야 있어야 하지만 가다듬음까지는 오버라는.
내버려둔 채 자람과 익음을 보기만 하자는.
그러니까 manicured garden을 가져본 적은 없네?
서울에는 꽃이 참 많아.
많은 것들이 워낙 많으니까 꽃이 많아도 드러나지 않는 거지.
{꽃보다 많은 건 간판, 그리고 등산복 입고 다니는 아줌마}
피었던 꽃들 젖어 추레하고 또 쓰러지기도 했는데
장마 지나면 다시 다투어 피어나겠지.
뜸했다고 뜨악하진 않겠지?
그럼...
이게 뭐지?
꽃밭에는
꽃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꽃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꽃피었던 자리라서
꽃씨 뿌린 곳이라서
꽃밭이라 그런다
꽃이 없어도 꽃밭이다
꽃을 기다리는 데는 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