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2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옥 같은 풀에 달린 구슬 같은 꽃이라는 뜻이니까
아내의 표현대로라면 ‘우주식물’-보기나 한 듯이-같은, 화려함을 뽐냄이 과한 별난 꽃들이 아니라
고운 풀, 아름다운 꽃을 통칭하는 집합명사이다.
예쁘다고 해도 너무 익숙해서 그저 그렇게 되어버린 것들은 끼워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농가의 앞마당에서 자라던 그렇고 그런 꽃들은? 꽃이다.
{고 한경직 목사님은 부모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을 향하여 축복의 덕담을 남겨야 할 때에
너무 안 생긴-못 생긴?-아이들을 두고 “그놈 참 잘 생겼구나” 하지 않고
“야, 참 아이로구나.” 그러셨단다.}
그래도 기본은, 말하자면 밑그림이나 바탕색 같은 것이랄까
꽃밭을 먼저 채우는 것들로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과꽃, 나팔꽃을 꼽을 수 있겠다.
좀더 늘어나면 맨드라미와 분꽃이 들어가고
다년초로는 나리와 도라지가 볕 잘 드는 장독대 곁에 있고
그늘 처리라고 할까 그런 자리에는 옥잠화가
바깥마당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서 있었다.
{간 날 갓 적에 그랬다는 얘기.}
가만, 빼먹은 게 있나... 아, 깨꽃(살비아), 홍초(칸나)... 또? 키다리꽃.
키다리꽃은 큰 키 주체하지 못해 자주 넘어진다.
귀한 몸 아니라서 기댈 버팀목 곁에 있지 않고
바람 견디다 힘들면 쓰러지고 큰비와도 이기지 못하고 꺾어진다.
저 어렵더라도 '키다리아저씨' 소리 들으니 작은 꽃들에게 내색하지 않다가...
꽃들은 생각이 너무 표정에 드러난다.
이울고 스러짐이 만물의 이치거늘
오지도 않은 걸 걱정하는 낯빛(愁色)이 안쓰럽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