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서 2
길은 사람 다니라고 만들어 놓았으니까
길로 다니지 않으면?
길 만드는 사람이다.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길 아닌 데로 들어섰더니
얼굴에 거미줄이 달라붙고
{그러길래 “그리 가지 말아라 거미줄에 걸릴라” 그랬잖아.}
가루 묻으면 피부병이라도 옮길 나방이 같은 것들이 달려든다.
쫓으려고 팔을 내젓다가 환삼덩굴을 스쳤고
에고, 작은 가시들이 박히고 점점이 핏자국이 드러나게 되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왜 생겨났냐?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창 3:18) 그래서?
존재하는 건 다 정당한데(Whatever is is right.)
존재이유를 물을 것도 아니지만
사나운 여자에게 걸려 할퀸 흔적 같은 걸 달게 된 화풀이라 여기게.
덩굴이라면 머루, 다래, 칡, 하다못해 인동이라도 되든지
가시를 달 것이라면 찔레쯤은 되어야 널 두고 무슨 노래라도 생기지...
노류장화(路柳墻花)라는 말이 그렇듯이
‘rambling rose(덩굴장미)’라는 말도 좋은 뜻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고. 늘어진 버들이 없다면
최경창과 홍랑의 음, 그렇고 그런 사연
“折楊柳寄與千里人(묏버들 꺾어 천리 먼 곳 계신 임께 부칩니다)”라는 노래 생겼겠으며
만해 선사의 시편 한 쪽(‘심은 버들’) 전해지지 않았겠네.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맵니다.
길가에 피었다면 고마워할 것이지
손 쉬이 닿는다고 꼭 꺾어야 하는가?
아무에게나 보여준다고 아름다움이 덜 하겠으며
천하다고 하겠는가?
{무릇 귀한 것은 흔해야 하느니라, 물도, 공기도.}
한동안 초록은 저리도 기승부릴 것이다.
드문드문 달맞이꽃이 흘린 노랑 말고는 당최 꽃빛깔이랄 게 없다.
뒷동산에 없는 것 찾지 말고
갈 만하거든 먼데 깊은 산 다녀올 것이다.
백반증 걸린 개다래며...
들이치는 비 우산으로 막을 수 없어
물 흐르는 종아리 드러내고 다니는 rambling roses
내 뜰에 심지 않았어도 예쁘기만 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