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한국에서 두 번째 맞는 여름, 장마.

꽃들이 옛적 꽃 같지 않아 이차색, 파스텔 톤, 엷게 되었듯이

{그러니 주먹봉숭아나 남색치마 같은 과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장마라도 예전 같지 않아서 큰비가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게 아니고

한반도에 장마철이 있다는 사실만 인지시키는 정도지

이틀 개인 후 하루 그것도 조심스럽게 조금만 뿌리고 가버리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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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야 내 얼굴을 더 세게 때려다오? 가랑비로는 때릴 수가 없고

아플 정도로 내려치는 정도라면 모다깃비나 채찍비라고 할 것이다.

소나기가 쳐들어왔다가 이내 가지 않고 장대비로 주룩주룩 쏟아질 때

원두막 덧문을 지치다가 빗발 들이치는데도 다시 여는 이유?

행여 예쁜 계집애가 “비 피할 동안만이라도...”하며 뛰어들지 아나...

{그런 일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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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고 뒷산에 오르는데

{지금은 뱀이 돌아다닐 땐데... 산딸기 있는 곳엔...

땅 젖었을 때 도라지 캐기가 쉬우니까.}

옥수수 밭에서 김이 무럭무럭 난다.

 

     옥수수밭은 일대 觀兵式(관병식)입니다.

     바람이 불면 甲冑(갑주) 부딪치는 소리가 우수수 납니다.

        (李霜의 ‘山村餘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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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너희들 왜 그러고 늘어섰니? 애국가봉창 타임?

 

 

싸리꽃 필 때 안 됐는가?

치매 예방을 위하여 그 짓 한다는데 흔들고, 싸고, 피박... 모를 일이라서 난 끼지 못한다.

고스톱이 두뇌활동을 촉진한다?

고도리나 떠올릴 게 아니고 싸리로 얻는 것은?

꿀, 사립문, 울, 비, 회초리, 소쿠리, 고리, 삼태기, 다래끼, 바지게(발채), 고리, 통발, 윷

씨나 껍질이 이런저런 약효가 많다고, 잎은 사료, 쓰고 남은 가지들은 화력 좋은 땔감...

그러면 운동 좀 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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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누가 다녀가셨나, lisianthus 꽃다발이 물도 없는 장식용 항아리에 꽂혀있다.

찾아보니 집안에 꽃병이 하나도 없네, 김치 병에 물을 붓고 담는데

“그까짓 건 뭐 하러... 내일 시들거든 내다버리지...”

 

조금 슬퍼진다.

고기나 과일을 사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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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버님의 프로필:

“좋아하시는 음식은?” -인절미와 꿀

“좋아하시는 색은?” -연보라

“좋아하시는 꽃은?” -들국화 {그 시절에는 ‘쑥부쟁이’란 말 몰라도 잡아가지 않았음.}

“그럼 도라지꽃도 좋아하시겠네요?” -“아 그럼요.”

그러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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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림이 아니라서...

집에는 보랏빛-따지자면 그냥 보라라고 할 게 아니지만-이 많았다.

요즘엔 뒷마당 장미 통신이 날아오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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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