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액체로는 방울이라 그러고

방울은 증발하든지 꺼지든지 쪼르르 흐르든지 그런 모습으로 오래 남아있지 않지만

한참 남는 것은 구슬이라고 한다.

빗방울, 핏방울, 이슬, 그런 물방울 곱지만

가지고 놀지를 못하니까

구슬이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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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 치기’하자는 말이 어찌나 저속하게 들리던지

“유리알유희 말이냐?”라고 되물었고

아이들은 “그래 너 잘났다, 네 X 굵어.” 하고는 다시 오지 않았다.


{먹고살자니 작업도 해야겠지만

난 유희를 종교처럼 즐겼다.

친구 없어 그냥 유리알 가지고 놀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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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힘, 반짝임, 또르르 구름...에다가 여림도 보태자.

너무 단단해도 그렇거든.

흠나고 깨지기도 해야지

‘보석’은 지루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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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면

그러니까 벽장의 엿 꺼내어 돗바늘 대고 홍두깨로 톡톡 치면 엿 조각이 쩍 떨어지듯 말이지

그러면 그 단면이 참 곱지 않던?

깨진 건 손을 베기도 하고 구르지를 않으니까

두고 가지고 놀 건 아니지만

총석정 깎아 세운 바위들 바라보는 마음으로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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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舍利)가 숭배 대상이 될 건 아니지만

“에 그런 거...” 할 것도 아닌 것이

대덕(大德) 보살이 아니라도 그렇지

사람 한 평생 살았는데 어찌 쌓임(積), 열림(果), 맺음(結)이 없겠는가.

막힘은 뚫리고 닫힘은 열리고 맺힘은 풀려야 하지만

고운 구슬 몇 개쯤 재산으로라도 지녀야겠네.

우리는 움직이는 사리함, 부처님 집짓기쯤이 사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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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중 개인 하늘이 어쩜 저리도 파란가

조금씩 떼어내어 경단 빚듯 파랑 구슬 몇 개 더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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