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 (偶吟)
예전에는 ‘작란(作亂)’이라고도 그랬다.
“너 지금 장난하는 거냐?”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들 하는데...
아, 장난하고픈 마음 장난이 아니지.
블로깅이라는 게 그거 장난이거든.
다산은 늙은이로서도 신나는 게 하나 있는데
어려운 운자에 구애받을 것 없고 고쳐가며 시간 끌 것도 없이
그저 붓 가는 대로 말 같잖은 글 휘갈기는 일이라고 했다.
{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競病不必拘 推敲不必遲...}
그러니 뭐 방문자 수 신경 쓸 것 없고
‘오늘의 특식’에 걸리지 않았다고 서운할 일 아니다.
{다산이 나와서인데, 그는 지나치게 꼼꼼해서 별 걸 다 기록해두었고
그 별 것 아닌 게 나중엔 아주 귀한 말씀이 되었다니까... “혹 알아?”라는 얘기.}
詩, 書, 畵, 歌, 琴... 어느 하나도 못 하지만
나이 들면 뻔뻔해지니까, 제가 잘 하는 줄 아니까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저 좋다는 데야...
{信意閒彈秋思時 調淸聲直韻疎遲 近來漸喜無人聽 琴格高低心自知
-白居易, ‘彈秋思’-}
무슨 게시물 분류도 할 것 없다.
민물고기가 다 그 맛이고 씨알이랄 게 있나 잔챙이뿐인데
그냥 한데 모아 국물 맛이나 낸 잡어탕 아니겠는가.
기사 댓글 같지 않아서 야비 치사 뻔뻔으로 덤비는 이들 별로 없으니
익명으로 오는 이들 탈 벗기려 할 것 없고
노상 카페 양산 아래 뭘 시키지 않고 앉았다고 해도
손님도 없는데 내버려 두지 뭐.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비시시 웃고 말지 일러주겠나?
{問我何處來 我來無何有 -蘇軾, ‘和陶淵明擬古’-}
겸재 정선, ‘漁樵問答’
기력 회복하신 어른은 밤마다 설교를 즐기시는데
별 대꾸 없는 아들에게 “나 때문에 너도 웃음을 잃었구나” 그러신다.
같이 점심 들 사람 없고 집에 가도 할 말 없지만
그리 답답할 건 없다.
산속에서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問余何事棲碧山... -李白. ‘山中問答’-}
누가 그리 물어올 것도 아니라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릿하고 아슴아슴해진다.
{山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
-陶弘景(梁), ‘詔問山中何所有賦待以答’-}
찾아올 이 없어도 길은 쓸어놓고
나갈 일 없어도 면도는 하지만
기다리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시인을 좋아하면 그의 시집을 사되
시가 좋아 살 것은 아니라는 얘기.
좋은 시 한 편 때문에 시집을 사면
그것 말고 더 고를 게 없어서 황당.
시집 같은 여자? 그러면 실수한 거야.
필요하면 같이 살되
노래는 내 노래 부르는 거지.
Sona ta? 아니고, 박창돈, ‘풍요의 강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