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2
1
밤에는 억지 오락회라는 게 있어서 훈병들을 괴롭혔는데
악쓰고 불러대는 애창곡 1번은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이었다.
-바다가 있기에 이별이 따른 게 아니고 쓰라린 이별 때문에 바다가 생긴 게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성의껏 부르지 않는다고 내무반장에게 찍혀 되게 맞았다.
{그랬다고 어디가 부러져 잘못된 것은 아니고 예까지 몸 성히 살아왔다.}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바다는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눈물이 있어야 돼.
아니면... 눈물이 강 되어 나뉨이 있어야 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서정주, ‘견우의 노래’ 중)
은핫물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길다.
남북 분단을 두고 지은 노래라니 갖다 붙이기도 그렇지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문병란, ‘직녀에게’ 중)
오래 되었구나.
열심히 살지 못해 면목 없고 들고 갈 선물 없어도
가야 되겠지, 만날 때가 되었지.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서정주, ‘견우의 노래’ 중)
가자면 못 갈 게 아니었다.
오작교는... 의지이지, 기어코 만나겠다는.
{떨어져 있을 절대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였나?}
은하도 그게 뭐 건너지 못할 강은 아니거든.
바닥이 보이는 맑은 개울이라고.
2
요단강은 ‘깊은 강’이 아니야.
그들은 거길 건너는데 40년이 걸렸고
다른 이들에게는 더 걸려도 넘을 수 없는 절대한계인 셈인데
그거 가보면 “애걔~”라고.
봄장마에 수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발 담그면 마른 땅처럼 되겠는데도
맘이 졸여서 못 가는 사람들은 광야에서 죽어야 하는가?
다리 놓으면 되겠구나.
흠, 다리라고 다 같은 다리는 아니지.
지훈(芝薰)의 오리지널로 알려져 있긴 한데...
-달밤에 개가 징검다리를 건너는 글자는?
-‘그럴 연(然)’이겠네요.
-그럼 사람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글자는?
-(.....)
-한글로 ‘스’자라네.
건너가면 되는 거지
다리가 뭐 그리 멋져야 되는 게 아니거든.
얘기 속에 나오는 다리들 가 봐도 그렇거든.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데 베키오 다리가 필요했던 건 아니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들 중에 괜찮은 건 하나도 없다고.}
다리를 의심하면 할 수 없지 뭐, 못 건너는 거지.
그랬지? 다리는 의지라고.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할 게 아니고
네가 가면 되겠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데
정말 못 건널 협곡이 막고 있으면?
“I will lay me down.” 그런 분이 계셨지.
마실 다녀오듯 천축(天竺) 너머 서역(西域)으로 갔던 이들
‘다시 오진 못 하는 파촉 삼만리’-歸蜀道- 길에도
다리 놓으실 거라.
그렇게 돌아올 거라.
3
아니면 내가 가랴?
{가정법 과거 상용 예문을 끌어 오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