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그게 좀 그러네, “참나무야~”라고 부르는 것이.
{공교롭게도 파워블로거 아이디라서 그런 건 아니고.}
참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한 나무들의 통칭이지 개체 나무를 두고 부를 이름은 아니거든.
{한국인에게 ‘황인종’이라든지 ‘Oriental’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김새겠어?
70년대 캐나다 Quebec의 시골 마을을 지나가는데 동네사람이 제 아들에게 턱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저게 chinoise라는 거다.” 그러더라고.
좀 안다는 사람이 “Are you a chinese, japanese... (표정을 살핀 후에) or korean?” 그러는데
그때만 해도 참지 못하는 성미에 도전적이랄 때라서 “Are you a monkey, donkey, or yankee?”라고 쏴댔지.}
다 아는 얘긴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 있잖아?” 해서 뭘 알리자는 게 아니고 그냥 심심풀이로.
참나무라라는 말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를 구별 없이 가리킨다.
{북쪽에서는 가둑나무라고 그런다며?}
한국에서 그렇다는 말이고, 전 세계에 900여 종-분류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정도.
여기서 live oak라고 하는 상록수, 잎이 눈물방울 같이 생겼으나 김창열의 물방울처럼 예쁘지도 않지
한국에도 제주도나 남해안 일부에 있다는데, 그것도 참나무라고 부르기는 한다.
“삼성!” 그러면 삼성전자가 제일 세기는 하지만, 예전에 설탕이나 양복 기지 뽑아내던 데까지 치면
계열사가 제법 되지 않겠는가?
“현대!”도 그러네, 자동차, 중공업, 조선, 건설, 백화점...
더 할 말 없고, 참나무는 그룹 이름이라 하면 되겠다.
그런데 왜 참나무? 저만 참?
‘참-’은 품질이 우수하다든지 진짜라는 뜻으로 붙이는 말이니
참깨, 참외, 참숯, 참사람, 참사랑, 참뜻처럼 된다.
참의 상대어는? 개.
‘개-’는 명사 앞에 붙여 그런 것 같은데 사실은 아닌 것, 그렇긴 하지만 시원찮은 것, 아무래도 좀 떨어지는 것
해서 과일나무에 개가 붙으면 개자두, 개살구, 그리고 참꽃과 구별하는 개꽃-철쭉 좋던데 왜?-
또 헛되다, 부질없다는 뜻으로 개꿈, 쓸데없는 정도나 처지가 심하면 개수작, 개망신으로 쓰인다.
그러면 참나무만 참-나무이겠냐는 얘기로 돌아가지.
우리나라에서만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봐.
참나무속을 가리키는 학명 quercus는 ‘quer + cuez’ (Celtic)의 합성어로 ‘좋은 나무’라는 뜻이니까
우리말로 옮기면 ‘참+나무’이고 眞木이겠네.
왜? 잘 생겼잖아.
허우대만 멀쩡한 게 아니고 단단하고 병충해에 강한 목재는 건축과 가구재로 쓰이고
장작은 화력 좋은데다가 연기 안 나 좋고, 숯불구이에도 강참숯이 으뜸일세.
표고버섯 재배 榾木(골목)으로 쓰지, 굴참나무에서는 굴피 지붕과 코르크가 나오잖니.
또? 도토리를 빼놓을 수 없네.
“도토리는 우리들 식량이니 빼앗아가지 마십시오. 다람쥐 일동”이라는 팻말도 있더라마는
도토리묵, 도토리국수 그거 별 맛없는 맛이 아주 괜찮던 걸.
{소, 말, 염소 등 가축은 참나무 잎과 도토리를 먹지 않음, 탄닌이 많아 독성이 있다고.}
그쯤이면 아주 된 거네.
도토리 6형제를 어떻게 구별하느냐?
樹皮의 골과 색깔, 잎 모양 등을 살피면 병아리 암수 감별 성공 확률보다는 훨씬 높다.
{도토리와 깍정이 모양으로? 좀 다르기야 하겠지만, 그렇게는 쉽게 식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저런 설명 사방에 널렸으니까 여기에서 반복할 건 없겠고, 왜 그런 이름들을 붙였을까?
졸참나무 잎이나 열매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 작거든.
그래 작거나 좀 떨어지는 것에 붙이는 말 졸복이니 졸가시나무처럼 그래 됐는데
“유대 땅 베들레헴아”(마태 2:6, 미가 5:2)에서 일렀듯이, 작거나 卒이라고 해서 졸한 것은 아니라고.
졸참나무 도토리가 작아도 그걸로 만든 묵이 으뜸이라 그러대.
그러면, “아니, 누가 그런 망발을?” 하며 성낼 녀석이 있지.
“내 이름이 왜 상수리인 줄 알아? 임금님 수랏상에 늘(常) 올랐기(上) 때문에 상수라-상수리-라고.”
떡갈나무는 잎이 커서 떡을 찔 때나 싸서 다닐 때 좋대서?
계란 모양(卵形)의 잎 밑 부분이 부처님 귓불 같이 생겼다.
“오드리 헵번과 잉그리드 버그만 중 어느 타입을?”에서 후자를 고른다면 떡갈나무 좋다 하겠네.
{목숨 걸고 양악 수술할 게 아니라고.}
신갈나무 잎은 상대적으로 날씬하다.
간날 갓적 턱수바리 영감 적에 짚신 바닥에 깔창으로 사용해서 신갈나무라나.
소나무가 자라지 않는 고지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토리家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지 싶다.
갈참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마른 잎들을 다 떨쳐낸 후에도 오래 붙들고 있더라고, 더러 봄이 올 때까지.
껍질이 갈라진 것이 안 돼 보여서 그런 껍질은 빨리 가는 게 좋겠대서 갈참?
황갈색 잎을 오래 달고 있어서 늦가을에도 쉽게 눈에 띄어 갈(가을)참?
굴참나무는 수피의 골(굴)이 깊어서.
아 뭐 대왕참나무라는 게 있다며?
참나무 중에 大王 級이라서? 잎이 ‘王’자 모양이라? 그냥 수입업자가 그렇게 붙인 말.
미국에서 빨갛게 단풍지는 참나무들, red oak, pin oak가 그건데
절집 근처에서 보는 단풍이나 지난 대선 때 설치던 여자의 운동화 색깔처럼 요사스런 빨강이 아니고
그저 불그레하면 됐지.
뭐 그래도 노랑의 재발견이랄까, 佛像에 입히는 샛노란 金箔 아니고 누런, 그런 색깔도 좋더라고.
섞어도 돼, 빨강 노랑 섞어 주황, 주홍.
{참나무들도 “순수혈통의 백의민족!”-그런가?-처럼 남을 수는 없어서
정능참나무-상수리x굴참-, 신갈졸 식으로 얽히기도 하더라고.}
섞여도 쓰임새 있으면 됐지.
앞마당의 pin oak가 올해에는 곱게 물든다.
이정록은 ‘참나무’라는 시에서 이렇게 예찬했다.
네 이름이 참나무인 것은
미루나무처럼 곧거나
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툭툭 터진 껍질 가득
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
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나무 중 네가 참씨인 것은
단단한 성깔 아꼈다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괭이나 도끼자루 맷돌 손잡이
해마다 터지는 새암배미 참말뚝까지
땀 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
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메질 사납지만
조그만 이마를 향해
온몸으로 사랑해줄 상수리 단단하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데 그 ‘참’씨 말이야
정말 우수하고 진짜라서 ‘바로 그~’라는 뜻으로만 붙여줬을까?
흔하잖아? 소나무와 참나무 합하면 한반도 나무의 8할이 될 정도로.
참새나 참게는 우수한 품종이라 ‘참’씨로 부르는 건 아닐 거야.
그러면 흔하니까 천하다? 그런 게 아니지.
정말 귀하고 요긴한 것은 흔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공기와 물이 흔한 거지.
그래서 참나무가 흔한 거지.
* 가을앓이 (김필연 시, 박경규 곡, soprano 김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