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우리 저문 날 2
초록으로 남기도 힘든 찜통더위에 난초가 노란 별 몇 개를 달아줘서 고마운데
냄새는 없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오는데 진한 꽃향기가 달려든다.
아~ 후진 아파트 어둑한 구석에 누가 재스민 화분을 갖다 두었네.
이미 아찔하지만 다가가서 맡는다. 아예 어지럼병 모드로 진입.
쌀통 아래 쌀알 몇 개 흘려진 듯이 꽃잎이 더러 떨어져 있다.
다음날 보니 화분 있던 자리에 싸라기 모아놓은 듯 마른 꽃잎이 쌓여 있다.
{화분에서 자랄 게 아니지.}
돌보지 않는 화단에서 이제는 사라졌겠으나 재스민, 노랑 재스민, 말리화(茉莉花)도 있었다.
그렇게 자랄 만한 데에서는 꽃 피고 한동안 붙어있다.
아픔이 꽃으로 터지는 호된 몸부림 후에도
여진(餘震)으로 부르르 떤 적이 있고
“다 이루었다” 할 건 아니지만
마냥 헛산 건 아니어서
꼭지 떨어짐이 두렵지 않다.
흙벽에 남은 볕 같은 보람으로 따스한
기쁜 우리 저문 날.
{네잎클로버 찾으면 얘깃거리는 되겠지만 풀 맛이야 같으니까 뭐...}
행운을 기다리다가 행복을 놓친 건 아니지만
행복이 별난 것 아니고 살던 대로였음을 확인하면 되겠네.
가슬에 병 얻으면
벌에 널린 벼와 남새를 거두지 못하니까
건강해야 되겠네.
“저물어도 좋기만 하네” 그러자면
같이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