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3 - 무더기비
푸슬푸슬 비꽃 떨어지자 얼른 우산을 꺼냈으나
이내 작달비로 변하고는 억수로 퍼붓는다.
{이러면 아무리 빼빼라도 ‘비 사이로 막 가’는 틀린 거지.}
그냥 쏟아 붓는데다가
위로부터만도 아니고 옆에서 몰아치기도 하고 땅에서 튀어 오르기도 하면서 전 방위 공세이다.
{기껏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낸 게 ‘게릴라 성 호우’인데
‘(갑작스런) 무더기비’라고 그러면 될 것을.
“더 세게 때려다오~”라는 무드라면 모다깃비, 채찍비, 달구비로 부르겠고...}
이미 버린 몸 가꾸어 무엇...
해서 우산 내버리고 Singing in the rain, dancing in the rain으로?
죽신하게 맞은 것 같아 더 편안해진 기분 알아?
모두 거짓은 아니지만 모두 진실도 아닌
{아무래도 진실이 더 많겠지만 소량의 거짓이라도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거짓이겠네.
휘발유가 압도적으로 많겠으나 물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가짜휘발유이듯이.}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다들 그런 배합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그런 야무진 꿈 지닌 사람 있을까마는
흠뻑 젖었기에 많이 씻긴 줄 알고
다시 죄지어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은
오늘 좋겠다.
헛손질, 잃어버린 본전, 배신, 먼저 간 아이... 그런 것 털어버리지 못한 사람들 말이지
그가 나를 생각이나 해주는지가 분명치 않아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조차 아리송하게 되었어도
한번 확인하지도 않고 뭘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세월만 까먹은 사람들 말이지
오늘 비 맞고 정신 들라나?
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잘하는 사람은 덜 잃더라고.
게임 값 덜 내고 오래 즐기면 되는 거지.
석 장 받자마자 내던질 수는 없다고 치고
적어도 오구에는 버려야지
개패잡고 끝까지 따라가면 어쩌겠다는 거냐?
마음에 두고 살기에는 이미도 많은 세월 지났으니까
가난한 양반 씻나락 주무르듯 할 게 아니고
몽땅 내버리고 싹 씻어내라니까.
아직 비 그치지 않았는데도
내다보이는 재개발지역 언덕배기에 무지개가 걸렸다.
오늘 내린 비만큼
네 눈물이 많았다면
됐네, 흘러가니까.
내일까지 계속된다지 아마?
그리고 멎는다는 얘기지.
(그때 비를 만나 갇혔는데... 두 시간 후에는 흙탕물이 마실 만한 물로 버뀌더라.)
이 비 그치면 누가 과일바구니 들고 찾아오면 좋겠다.
대접할 것은 차밖에 없지만.
Dinu Lipatti(1917. 03. 19.-1950. 12. 02.)의 마지막 연주회(09. 16.) 앵콜 곡
백혈병 말기였지만 자기 전에 만도(晩禱)는 드려야 하니까.
리투아니아 말로 가사 적어도 그렇고... (아래는 영역.)
YouTube 음질은 시원찮아도 가사가 참 좋아요..
{다른 연주 URL도 남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q_cT5UG9UyE
If the rain hasn't stopped yet
And if the weather is not so beautiful
Brother, hold on, don't get sad
Don't get your nose low
And if you can swim over the sea for your dream
The twinkling sun city will be glowing for you all night from far away
And if you going to fly to the sky spread out your hands like wings
Going to reach the planet solarium and going to find your friends there
You do not see happy faces
You don't want to get out anywhere from your home
Maybe your mood is bad
Don't say it is going to last forever
If your tears are still here
And your sorrowful thoughts nearby
Just wave your hand and stop
Don't give up to bad things
-Andrius Mamontovas, ‘Saules Mies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