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5 -병실에서
아프니 아픈 사람이라 그러겠지.
아픈 사람 돌보는 사람도 아프다.
병자가 “내가 얼마나 아픈지 누가 알겠어?” 그러자
간병인은 “누가 알아주면 덜 아픈가요? 제 아픔 제가 안고 가는 거지요.” 그런다.
사랑하는 사람들 안됐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없으니까 사랑한다면서 원망하지 말게.}
{그리고 사랑이란 아무도 대성한 적이 없는 고난도 기술이거든.
하긴 테이블 매너 없어도 밥은 입속으로 들어가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안됐다.
{험한 세상 사랑 없이 산다는 게 모비루-motor oil- 없이 방아 찧기라고.}
사랑이 많은 만큼 더 아프고
아프더라도 견뎌야 사랑은 지속되니까
여린 마음 사랑으로 짓찧어진 이들만큼 강한 사람 없다.
위인이 별건가? 남달리 사랑이 많고
그래서 남달리 많이 아프고
남다른 뚝심으로 잘 견딘 사람인데
“나 자주 넘어집니다. Sometimes I'm up, sometimes I'm down.” 그러더라.
대자대비하신 분은 사랑무한이라 슬픔무한이고 아픔무한이고
그래도 견디시는 만큼 능력무한이고
그런 의미에서 조금 보태 말하자면 ‘전능하신 하나님’인 셈이고
돌볼 생명을 일일이 챙기자니 천수천안(千手千眼)이어야 하겠네.
{그래도 내 손 보태야 되겠지.}
아픔 없애자는 아픔처럼 아픈 건 없지만
그 아픔 뒤에 다른 아픔 없으면 승산 있는 도박이겠네?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눈물도 만들지 못해
소변 잘 나오라고 대롱 꽂고 주머니 달았다.
왜 그리 수치가 중요할까?
체온, 맥박, 혈압, 혈당, 산소... 배설물도 계량하여 기록해둔다.
기쁨, 슬픔, 아픔, 수고, 보람, 보상... 날마다 저울질할 게 아니고
입가에 희미한 웃음 한 자락 달고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럴 수 없는가?
아파서 병실에 들어왔는데
아프지 않아서 나가게 되는 건지
나가면 아프지 않은 사람들 있는 덴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왜 아프게 되는 건지
아픈 사람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Every rose has it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