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Mortem... (3)
사랑한다는 말 너무 많이 했나 싶어 부끄러워하면서도
사랑하면서 시치미 떼기는 더 어렵기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또 떠듬거릴 것이다.
사는 동안 그럴 것이다.
잊자 하면서도 그만 털자 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치사한 눈물 몇 방울 또 떨어트릴 것이다.
다시 일어나자 하고서도 새로 시작하자 하고서도
한참 누워있었고
나중에 보면 일어나 있던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랑하는 아들 00를 위해서 기도하오니”라고 그러실 때마다
“응, 사랑하신다고...”에 의문부호까지 찍어가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양수기 퐁퐁 흙탕물 콸콸’처럼 쏟아내지 않더라도
전립선 시원찮아 몇 차례 애써 쥐어짜듯 하는 정도라도
눈물병 바닥에 조금 깔릴 정도는 흘렸어야 했었다.
사랑하는 이만큼 사랑할 맘 없더라도
그 사랑에 돌려줄 게 없더라도
일단 경건한 표정으로 선물은 받아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그래야 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은 거절할 수 없는 것, 저항하지 못할 은혜(irresistible grace)이다.
큰 흠이 있는 분이셨다.
그랬기에 보다 겸손할 수 있었다.
흉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거든.
용서함 받음의 확신이 없어 늘 조마조마하셨기에
짜증스러웠다. “다 사(赦)해주셨다니까요.”
돌아보니까... 홀가분하다면 얼마나 뻔뻔한 것일까?
법률상 면책이 영혼에 드리운 타박상의 흔적을 지우지는 못하는가봐.
그래도... 기쁜 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 먼 데 죄인 돌아왔도다.
지옥은 삶을 부정하는 기운이고
기쁨과 소망이 없는 곳인데
부정을 부정하셨으니
새로 나셨네.
그렇게 천국에 입성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