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3
1
말할 수 없는 마음이 하늘 닮아서 그냥 그렇게 있으면서
구름 떠다니는 거야 “즈그들 비즈니스 아잉교” 상관할 바 없다고 그러다가
견딜 수 없을 때는 비 뿌리라고 구름 주머니를 푹 찌르기도 하지만
지난여름 많이 쏟았으니까 답답할 것도 없다.
{밤에 조금씩 흘리는 거야 어쩌랴, 알아볼 이도 없고.}
마음이 섭섭하고 억울하고 미안하고 쓸쓸하고 그런 건 아니다.
하늘은 늘 그렇게 있지 개이거나 흐리거나 그러지 않거든.
황사, 스모그, 비구름들이 가리다가 쓸리거나 흩어지는 거지.
2
떠나온 별로 돌아갈 길이 없는 ET는 여기서 살면 되나?
돌아가야 되는 줄 알지만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때도 있다.
그냥 가면 된다.
그때 울먹이며 간 길 비슷하면 제대로 들어선 셈이다.
바랑이 가볍지 않으면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세서
나아가기가 힘들다.
눈 내리고 길 보이지 않으면 그때 가서 어디 산사에 의탁할 게고
겨울 대비하여 짐이 무거울 건 없다.
3
을지로 육 정목 계림극장 옆 서울운동장 맞은편에 경기여객, 중앙여객 차부가 있었다.
여주, 이천, 장호원, 음성, 괴산 가자면 거기서 탔고
원주, 인제, 원통, 속초... 강원도엘 가자면 신설동, 청량리 차부를 이용했다.
그때 같지는 않은 길이라도 그렇게 다니고 싶다.
구국도, 옛길, 신작로로 가다가
지난장마에 다리 끊어진 데는 가랑이 걷어붙이고 건너고
낯선 마을 고샅을 거닐다가 경계하는 눈과 마주치면
민박치는 집이 있냐고 물을 것이다.
돌봐드릴 자리 비어있어서 이제 난 늦게 들어가도 된다.
밖에서 자도 된다.
나가면서 문 잠그려고 돌아서다가 그림과 마주치게 되어
도리 없이 허리를 꺾었다.
“저 하루만...” 하고서 잦아드는 소리로 “바닷바람 쐬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