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7
1
꽃집에서야 온실에서 자란 철없는 것들 유괴했다가 웃돈 붙여 팔아넘기지만
들꽃도 이젠 계절 감지 센서가 고장인지 때를 가리지 않더라고.
{하긴 발정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일찍 나서기도 하고 늦도록 견디기도 하여 어느 철에 피는 꽃이라 말하기도 그러네.
아하, 저 누리장나무 늦게야 피었구나.
이름처럼 누리끼끼 하거나 느끼하지도 않고 산뜻하기만 하다.
누린내가 좀 나기야 하지만 건드리거나 근접하지 않으면 되고
만남 전에 들은 얘기로 판단할 건 아니니까
멀리 있을 때에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사람도 그렇더라, 멀리서 축복하고 다가간 사람들은 다 좋던데 뭘.}
2
무자천서(無字天書)가 무슨 비급(秘笈)인 줄 알고 찾아다닐 게 아니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고.
구름 떠다닌다고 그게 무슨 기호나 글자가 아니고
구름 한 점 없다고 아무 메시지도 없는 건 아니거든.
모를 사람은 천 권 만 번 읽었다 해도 모를 것이지만
문자를 익히지 않은 사람이 글자 한 자 없는 하늘 보며 깨우치기도 하거든.
하늘 보자면 누워야 하는데
맘 있으면 철로처럼 나란히.
{겨울잠 들기 전 독 오른 뱀들이 돌아다니는 때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