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1 -밤-

 

고객 관리랄지 주주 접대랄지 아무튼 대접에 익숙한 분들과의 단체관광(?)이라서

{한국교회에서는 ‘단기선교’나 ‘선교지 답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보람되고 상쾌한 여행이 아니리라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다들 좋은 분들이었고 고마운 기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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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림자가 길어지고 까마귀가 낮게 날고 있다.

한 점 남은 구름이 보랏빛 겨우 드러내며 “저도 가요” 한다.

해 떨어지면 기온이 급강하하니까 게르마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며칠 더 지나야 추석이니까 아직은 반달

아주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부푼 가슴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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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를 씹다가 봉이 빠져 달아났다.  {삼켰겠지.}

몸에 지닌 유일한 금붙이인데...

그게 석 달 만에 두 번째라서 다시 해 넣기도 면목 없고... 그냥 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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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없고 추우니 따로 할 것도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었던가... 한 시간쯤 지났는데 그새 난로가 식었다.

일어나 장작을 넣고 좀 지나 또 넣고... 그러다가 날 샜다.

다들 자는데 우두커니 앉아있기도 그렇고 밖에 나오니까

우와 저 별들... 은하(銀河, ‘the Milky Way’라는 말이 낫겠다)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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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고 캄캄한 건 아니구나...

뿌연데... 그래도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라서...

 

{잘 쓰는 말도 아니고 그 하늘과 어울릴 말도 아니지만

‘유현(幽玄)’이라는 말이 생각났고, 그러다가 ‘유현(遺賢)’이라는 동음이의어까지 떠올랐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그냥 양치기로 세월을 까먹은 건 아니었구나.

아브라함이 뙤약볕과 모래바람만 반기는 사막을 헤매고

잠 안 오는 밤에 별이나 센 것도 그냥 ‘꽝’은 아니었구나.

 

     하늘을 쳐다보아라.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보아라.

     네 자손이 저렇게 많이 불어날 것이다.

       (창 15:5)

 

저렇게 촘촘히 박힌 듯해도 별들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그렇다고 더 멀어지지는 않고 그 거리를 유지하며 그리워하니까

{‘과학’을 들이댈 건 없어, 실은 초속 10만 km 이상씩 은하 중심에서 멀어진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떨어져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를 두고 성좌(星座)라고 불렀다.

저기 거문고자리, 직녀성...

{웬 백난아는 갑자기...

“오작교 허물어진 두 쪽 하늘에/ 절개로 얽어놓은 견우 직녀성/

기러기 편지주어 소식을 주마기에/ 열 밤을 낮 삼아서 써놓은 글발이요...” 에고~}

자신 없어 다른 별자리들 다 읊어대지 못하지만...

용케들 움직이는구나, 잘 맞아떨어지는 기계 같고 기예(技藝) 같다.

저기서 ‘질서’만 본 뉴턴은 물리학의 법칙들을 도출하고 하이든은 ‘천지창조’를 작곡했다.

나도 뭐 고전주의자니까...  {고백하지만, 일탈(逸脫)이 없다는 얘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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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속삭이고

     창공은 그 훌륭한 솜씨를 일러줍니다.

     낮은 낮에게 그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그 일을 알려줍니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구석구석 울려 퍼지고

     온 세상 땅 끝까지 번져갑니다.

       (시편 19:1-4)

 

캄캄하다고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네?

어둠은 그냥 지우는 게 아니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모르면 할 수 없지만, 알아주면 고마워하더라. 어둠이.}

‘현(玄)’자가 새삼 귀하게 다가온다.

‘검을 현’이 아니라 ‘가물가물 현’ 아닌가?

있는 둥 마는 둥... 있는 거지. 보일 듯 말듯... 보이는 거지.  {볼 눈 있는 자에게는}

사라질 듯 말듯... 움직이는 거지.

땋아 올라간 걸까? 이어져 내려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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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 사진 세 장은 ‘검색’ 이용 가져온 것들}

 

 

시간마다 나타나는 별자리도 바뀌더라.

오리온자리가 남을 때쯤 되어 산에 올랐다.

엊저녁에 봐둘 때는 뒷동산 정도에 민둥산이었는데

막상 가자니 가깝지도 않고 험하기만 하다.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올라가 밟아야 하는 게 아니고

“Far from the Madding Crowd”, “Midnight Cowboy” 같은 도피지 뭐.

{나도 “The Day of the Locust” 같은 때가 있었지만 말씀이야...

그러고 보니 John Schlesinger의 작품만 골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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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정상에 서서가 아니라 오를 수 있고

또 내려가야 함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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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이 스러지면 밤이 다 갔다는 얘기.

 

세면장으로 가는 이들이 보인다.

찬물만 나온다고 불평할 것이다.

하루 안 씻으면 어떻겠는가?

{난 이미 목욕재계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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