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2 -낮-

 

1

 

콩 농사가 어떻게 됐는지 보러 갔다.

확보한 땅이 200만 평 가까이 되고, 괜찮으면 수백만 평 더 얻을 것이다.

올해 ‘연습 삼아’ 종자를 20톤 정도만 뿌렸다.

30배, 60배, 백배라는데... 결과는?

안 가르쳐줄 거야. 그냥 “다소 실망스러운” 정도로 비치고...

참 감사하다. 왜?

잘 됐으면 너도 나도 달라붙고, K같은 식량 재벌이 내버려두겠는가?

가능성은 봤으니까, 우리는 계속할 것이다.

돈으로 바꾸는 건 못해도 물이 변하여 포도주 되는 일이라면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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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뿐만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무슨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무엇을 시도하더라도 ‘처음처럼’이 아니라 생짜 초짜 처음이니까

‘관(官)’은 뭘 모르면서 협조는 하지 않고 안 된다고만 하니

가르쳐주고 뇌물 주며-‘우리’가 그런다는 건 아니고- 설득해야 한다.

 

뭘 모르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고 짐승들도 그래서

초원에 새들이 많지만 다행히도 아직 콩 맛을 모르기에 건드리지 않는다.

맛을 알아서가 아니고 아무거나 먹어치우는 잡식성 대식가 재두루미 떼가 지나는 철이라

가끔 총소리를 내어 놈들을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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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레 살리는 통일? 아니고,

먹어야 사니까... 우리는 콩을 기른다.

북으로 보내면 콩기름을 짜서 인민들에게 돌아가고

대두박은 남으로 보내져서 가축의 사료가 된다.

{현금 지원하면 독재자가 독식하거나 무기 개발에 사용되지 않겠냐고 그러는데

그렇게 바보처럼 퍼붓는 NGO는 없고, 이제는 어느 정치집단이 집권해도

북쪽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니 잘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의 기도와 성원이 필요하다는 얘기.}

 

풀이 다 덮어버렸지만 그 밑에 콩이 있으니까 거두면 된다.

{제초제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고마워라, 첫눈이 내릴 때가 지났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며칠 내로 거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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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로 덮여 보이지 않아도 누런 벌판에 콩들이 들어차 있다.

 

 

2

 

빈민가의 아이들-고아들이 아니고 부모는 있지만 돌봄을 받지 못하는-을 위하여

유치원과 놀이방을 개설하였다.

전쟁 후에 피난민 수용소와 꼬방 동네를 경험한 우리 눈으로 보기에

주거환경 만큼은 우리 그때 형편보다는 양반이지만... 그래도 엄청 못산다.

사회주의 국가는 저희들은 잘 하지 못하면서 법규는 까다로워서

외국기관이나 민간기구가 하는 일에 여간해서는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그래도 시작했으니까

학교 가지 못한 애들이 우리 기관으로 오게 됨을 천행으로 여기게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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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NGO 접근 방식은 아니고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으로 나오는

선교사들이 많이 들어가 활동하는데, 그들 중에는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이들이 꽤 많다.

{‘거의 전부’ 혹은 ‘대부분’이라고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

그 중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교직에서 일찍 은퇴하고 이곳에 온지 15년

자식이 없는데 몽골 아이들을 길러 수십 명 ‘자녀’를 대학생으로 키웠는데

저들을 외국유학 보내야 한다며 태평한 얼굴에 옅은 근심의 구름이 지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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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피랍 사태로 인하여 한국 교회가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으로 잠시 자숙하는 척하던 분위기인가 싶더니

오히려 ‘순교 콤플렉스’를 이용한 공격적 선교방식이 강화된 듯하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들처럼

매출액으로 단순비교하며 순위를 다투는 종합상사처럼

목적 선언과 비전 진술은 어떻든지 세력/ 영향력 확장이 지상과제이고

‘하나님의 손’으로 세상을 섬김을 제 일로 여기지 않는 이들이

빨리 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만 하자.}

 

선교는 ‘수단’인가... {그 얘기도 그만 두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사역의 원칙이라면

‘세속’ 기관-가령 정당이나 대선후보의 선대위 같은-이라 하더라도 지탄을 받을 터인데...

 

“The medium is the message”이라는 Marshall McLuhan의 말은

매체, 정보통신, 문화 이론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다.

매체-any extension of ourselves-는 이미 전할 내용을 규정하거나 제한하거나 선전한다.

말씀을 살지 않는 개인이나 종교집단이 전하는 말씀은 전달되지 않는다.

가인 제물을 받지 않았다? ‘피’가 없는 제물이라서?

     가인 그의 제물은 열납하지 아니하신지라 (창 4:5)

미운 사람이 예물을 드린다고 그 예물이 곱게 보이겠는가?

       {But on Cain and his offering The Lord did not look with favor.}

 

푸우~ (한숨) 의사야, 네 병이나 먼저 고쳐라.

교회를 두고 하는 말이라기보다 내가 일하는 기관의 내부고발자로 다지는 말이라 해두자.

여행기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던 이들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오늘 주일인데... ‘어디’ 가면 영과 진실로 예배드릴 수 있을까...

말은 그렇게 하며 꾀부리는 가증함에 부르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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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인격신을 모른다고 그러는데...

                            자작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 때 그냥 파랗기만 하면 뭣해서 구름 한 점 떠있는 하늘 아래

                            아무렇게나 놓인 돌무더기와 파랑 헝겊쪼가리가 의미하는 기복면앙(祈福 免殃)의 소원이

                            다 종교이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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