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lone - 추석 홀로 세기

 

명절을 달력에서 지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있다고... 그럴 것이다.

명절만 다가오면 더욱 비참해지는 그들의 형편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닐 것이고.

 

동정은 받지 못하지만... {제가 선택한 거니까, 또 원래 있던 사람들이고...}

그래서 더욱 안됐지만...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그게 다른 이들과의 비교라기보다는 한두 해 전과 비교하면서

“그럴 게 아니었는데...”라는 후회와 더불어 쓸쓸함을 견디기 어려운 이들

이른바 ‘기러기아빠’ 같은 이산가족/ 가장도 명절이 어찌 좋겠는가.

 

나는... 어쩌다가 일시적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어서

무슨 ‘~족(族)’ 식으로 사회학적 분류 군(群)에 집어넣을 정체성을 지니지도 않는다.

수십 년 해외에서 살 때는 전래 명절 분위기를 누릴 기회가 없었고,

일단 한국에 혼자 나와 모시기로 했던 가친께서 별세하신지 얼마 안 되어

빈 아파트-그나마 입주자가 정해지는 대로 내주어야 하는 임시 거처가 되었는데-에

홀로 남아 맞이하는 추석이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 굉장한 민족 대이동과 큰 축제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웬 연휴가 이리 긴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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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먹는 문제로만 말할 것 같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고 생각했는데...

아까 뒷산에 다녀오다가 어떤 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 때문에 침이 고여서...

“치사하게 스리... 쩝”이라는 자괴감... 으~

 

금요일 새벽에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이내 길 건너 재래시장에 다녀왔다.

만원 이내로 해결하기로 하고 암산을 했는데 계산대에서 보니 10,700원이 나왔다.

{천원에 세 개짜리 홍옥도 거두었음.}

{실패작: 뚜렷한 목표도 없이 토마토케첩을 샀음.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있음.}

이후 아홉 끼가 지났다. 냄비 밥으로 두 번하여 나눠 먹고, 한 번은 냉면을 삶았다.

밑반찬은 한 끼에 하나씩만 꺼내자, “맨날 그게 그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내일은 오무라이스-그런 말 있지?-를 해먹을 것이다. {토마토케첩을 사용해야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잘 먹질 못해 마른다는데... 모를 얘기네.

먹는 일 빼놓고는 할 게 없는데... 공식적으로 아홉 끼지, 거한 간식은 끼니만 못하지 않았다.

 

 

2

 

먹는 건 그렇다 치고 사람이 어찌 빵으로만 살겠는가.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독거노인을 찾아가? 어디로? {에휴, 내가 기여...}

결손가정의 애들 찾아가 하루만 할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아니면 포장마차에 혼자 앉은 이 옆에서 신영복의 목을 따주나?

 

예전에 어른께서 혼자 사시면서 외롭다고 그러실 때에

“좀 참으시지...”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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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제면허로는 차를 빌릴 수 없다고 그런다.

혼잡하기도 할 테고...

 

죄송합니다. 좀 있다 뵈러 가지요.

 

먼저 가 계신 어머님 곁에 모시지 못해서...

일주기에 가족들 다시 모이기 전에 한 자리에 계시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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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녁엔 뒷동산에 오르려고 그래.

몇 개의 ‘만일...’이 해결 되어야 달을 보겠지만...

내 맘에 달 뜨고 꽉 차면 됐다.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는데...

애국가로 시작하고...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이 기상과 이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그런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둥근 달 밝은 달 산들바람 타고 와 한없이 가는데 어디까지 가나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 켜서 밤이면은 바느질도 못 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다가 달아드리자

 

아파트 바로 뒤인데다가 사람들도 많고 해서

아무래도 “웬 미친...”이라는 시선 때문에 입이 안 벌어지겠지?

 

여름에 지나갔던 하동의 명경다원인가쯤에서라면 불러도 될까?

거기도 인가가 가까워서 full volume은 안 되고... 시나 읊어야 할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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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허영자, ‘그대의 별이 되어’ (부분)-

 

아직도? 사랑은 무슨 사랑?

흥!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김남조, ‘사랑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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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 아니고... 자야 하는데 웬 소리...

 

     蕭蕭落木聲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린데

     錯認爲疎雨   성긴 빗발인가 하여

     呼僧出門看   스님 불러 나가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    개울 남쪽 나무에 달 걸려 있다고 그러네

      (鄭澈, ‘山寺夜吟’)

 

그 소리라는 게 그렇다.

단잠 못 이뤄 애를 쓸 때는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걸리지.

위응물(韋應物)의 시일 것이다.

     懷君屬秋夜 散步詠凉天 山空松子落 幽人應未眠

그대라고 쉬 잠들겠냐는.

 

가을은 그런 거다.

서로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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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게 부담스러워 피하는 이들도 있다고 그러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은 나들이길 어렵다 해도 다녀와야 되는 걸로 아는데

그럼 평안한 걸음으로 다녀오셔요.

어른 얼굴, 가까운 이들의 웃음소리, 옛집 냄새, 햅쌀에 동부 섞어...

그렇게 충전되시기를.

 

이거 제가 할 말은 아닌데... 계실 때 한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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