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3 -지평선-
고개 너머 또 고개? 저녁마다 놀지는 저기가 거긴가?
가면 뭐가 있다고?
결국... 사람을 찾는 것이다.
사람 없는 줄 알면 가지 않을 것이다.
산 너머, 산 너머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아리따운 사람, 고운 마을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강 건너, 강 건너란 말 속에는
아름다움이 살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따라나서면
어여쁜 꽃, 유순한 웃음의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살기 힘들어 가슴 답답한 날
다리 팍팍한 날은 부디
산 너머, 산 너머란 말을 외우자
강 건너, 강 건너란 말도 외우자
그리고서도 안 되거든
눈물이 날 때까지 흰 구름을
오래도록 우러러보자.
-나태주, ‘가을, 마티재’-
누가 그러대. “만경평야에 가니 정말 지평선이 있더라.”
그래서 김제에는 ‘지평선 축제’라는 게 있는 모양인데
하늘과 땅이 만나는 데가 좁은 땅 산 많은 나라에서는 거기 말고 없는가?
캐나다에서, 다음에 텍사스에서 살다가 몽골리아쯤에 가본 사람은 지평선이 뭔지 알지.
지평선은... 말하자면 착시현상이야.
그런 건 없어. 다가가는 만큼 물러나니까 만날 수가 없거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러니까 이별의 종착역은 영원한 이별이라고.}
그래도 더 가보게 된다.
있으려니 하고. 찾으려니 하고. 만나려니 하고.
저 열차는 몽골리아와 시베리아를 가로지른다고 그러더라.
경의선 개통된다고 그냥 모스코바까지, 핀란드까지 육로로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만...
자작나무? 건널목에 막혀 지나가는 열차를 보니 잔뜩 싣고(가운데 차량) 있구나.
백석의 시 때문에 그렇지... 그냥 ‘나무’라고.
땅은 가르지 않아야 하는데...
남의 나라에 가서 철조망을 치려니 참 죄송하다.
10 km 정도 나아갔는데, 다 두르자면 아직 어림도 없다.
그게... 방목하는 소떼가 지나가면 망해버리거든.
{소 길을 막았다고 칼 들고 찾아온 카우보이를 경비원은 엽총으로 쫓아버렸다고 그런다.}
처음에는 이랑도 만들고 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심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
폭풍의 언덕에 히스만 무성하면 얘기가 안 되니까
히스클립 밀랍인형 하나 가져다두자.
아니... 이 바람의 언덕에는 밀이 있어야 돼, 꽃이 있어야 돼.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
카메라를 목에 걸고 말에 올랐다가 혼났다.
단련되지 않은 엉덩이를 안장에서 떨어지도록 조금 일어나면 말은 달리게 되고
그러면 카메라가 덜렁덜렁, 그것 잡자고 하다보면 몸의 균형이...
그런 대로 개울도 건너고 고개도 오르내리고 평원도 ‘달렸다’-조금 보탰음.
아이들이 보고 웃겠다.
밤에는 하늘에 강이 흐르던데
강 건너며 보니 하늘이 물에 담겼다.
흔들리며 흔들리는 것들 조금 담았다.
이제 모진 겨울.
지나가겠지만.
그러니 견뎌야 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