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11 마지막 장미에게
1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할 때는 안 되었어도
많이 차졌거든.
아침에 떨고 있는 너를 보고
“어 너, 아직 거기 있었냐?”고 그랬다.
{반갑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으로.}
흘겨보면서 “인사치곤 참 더럽네” 그러다가 으앙~ 울음을 터트리네.
아 이거야... 어쩌지?
2
{“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들」을 누가 썼지요?” 하고 묻자마자
“안톤 체홉 아닌가요?”로 나온다.
같은 안씨이긴 하지만... 에잇,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들.}
마지막 다음에 오는 마지막
그것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상쾌한 충격.
아주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 피었다.
{“Non t'amo piu” 그러는 거 아냐. 나중에 좀 우습게 된다고.}
남방에서야 사철 피겠지. 온실에서라도 그렇겠네.
마른 잎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빈 뜰에 아직 한 송이 남아있다.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3
기다리다가 그만 잔다.
문 잠긴 줄 알고 그냥 갈까봐 열어두려 하였으나
세상이 그렇지 못하여 지쳐두었다.
불 켜두었으니 그냥 들어오면 된다.
혹 오거든 나 깨워.
{아무렴 네가 왔는데도 내처 자겠냐만...}
4
끝물은 완벽(完璧) 아니라도
귀물(貴物)이니까
들일 수 없더라도
고이 모실 것이다.
{Scra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