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12
갈 데 없는데 휴일이 너무 자주 돌아온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번 보자고 그럴 줄 알았는데 소식 없다.
그렇게 가을 하나 더 지나가나보다.
{그 왜 육교 같은 데에서 펴놓고 팔던 쪽거울 기억나?
한쪽은 거울, 다른 쪽은 마릴린 몬로 아니면 00미 사진 아래 '희망'이라 써두었다.
들여다보면 남녀가 나란히 웃고 있네.
"0무0, 00아 다음엔 나!"가 희망?
에이 바랄 걸 바라야지.}
못 잊을 사람 잊자고
잊었다고 더 좋을 것 없는데 일부러 지울 것 없다고
그렇게 마음 쓰이면 끌고 갈 이유가 없다 면서도
남겨둔 이름
그 휴면계좌에 오늘 조금 입금하였다.
썼다 지운 것들, 보내지 않은 편지 쌓인 걸로 말하자면
발목 빠질 만큼은 된다.
{바람에 날려가든지 썩든지 없어질 것들이다.
잘하면 거름 된다.}
아무려면 어떻겠냐고...
가을이라고 가슴앓이가 더할 이유가 없다고.
秋風淸
秋月明
落葉聚還散
寒鴉栖復驚
相思相見知何日
此日此夜難爲情
-李白, ‘秋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