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13
아니면 말고
싫으면 관두고 그런 거지 어쩌겠냐?
내 마음의 기울음과 흐름도 막지 못하는데.
여린 가지 미동조차 없어도 바람이 없는 건 아니니까
애써 다잡아도 결국 흔들릴 거라.
다 떨어낼 거라.
일없이 나다닌 건 아니지만 가는 김에 산길이라도 좀 걷고 싶은
그런 걸음이었다.
도시에서는 바쁘지 않으면 기다리게 되더라고.
기다리기로 했으면
오래 기다리다가 포기하지 말고
그러다가 보기라도 하면
기다렸음에 대한 보상 받아낼 생각 말고
그래도 만나지 못했는가
기다림도 좋았다고 여기게.
하늘이 그리 정한 건 아니니
마주치지 않음으로 원망하지 말게.
들길이란 홀로라도 좋으니까
산에는 기다림이 없으니까
소요(逍遙)는 흔들림이 아니라 다잡음이다.
자정부터 울어대는 미친 닭 때문에 간간이 깨기는 했지만
사납지도 않고 기운 없지도 않은 계류(溪流) 소리가 달래주었다.
그렇게 잘 자고 일어나 산길을 오른다.
새벽 걸음에는 발 젖고 얼굴에 거미줄이 감기기는 하지만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아 좋다.
다 오르지 못했어도 이젠 도리 없이 내려갈 때이다.
오름길로 여기면 꽃이 보이지 않겠네만
기분 좋은 피곤함에 박수쳐주는 들꽃들과 눈 마주치며 안녕!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송이버섯이 조반상에 올랐다.
{위원장 동무 하사품 아님.}
먹고 죽을 것도 아니고 임금님 수랏상에나 오를 것도 아니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베어 문다.
엊저녁도 그렇게 대접받고... 호강하는구나.
입과 발만 달고 다니는 사람이 좋은 대접 받네?
돌아가는 길
힘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