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14

 

1

 

밤마다 누가 잔돌을 던지는가

기왓장 깰 정도는 아니지만

또르르 구르는 소리 난다

나가 잡지 못하니 기도 안찬다

 

 

7101301.JPG

 

 

2

 

밝기 전

먼저 일어나

마당 쓸어놓는다고

빗질 자국 남길 것 없네

 

{굴러온 가랑잎이 어질러 놓는다 해도

그때 가서 쓸지 않았다고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7101302.JPG

 

                                    7101309.JPG

 

 

3

 

구절초

아홉 번 꺾였다는 건지

아홉 번 이어졌다는 건지

살면서 매듭 생긴다고

모진 목숨이라 할 것 없다

 

{토라졌다가 돌아서길 거듭해도

상강(霜降) 때까지 고운 꽃으로 남아...}

 

 

7101304.JPG

 

 

4

 

흔하다고 아무 것도 아닌가?

놀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별난

일상의 기적

꽃, 풀

바람, 구름

 

 

 

7101305.JPG

 

 

분홍만 몰려있다고 사과해야 되나?

자꾸 섞이니까 빨강이나 하양으로 남아있기 어려울 거라

고물 말고 깨나 밤 든 송편 찾던 시절은 갔는데도

 

             

             7101306.JPG 7101307.JPG

 

 

5

 

시작할 때가 슬픈 거지

그간 슬픔을 키운 거지

이제 와서 이럴 줄 몰랐다고 할 게 아니지

 

 

7101310.JPG

 

 

6

 

늦지 않았다는 말은

기회가 또 올 수도 있다는 뜻이지

가버린 것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건 아니거든

 

 

7101303.JPG

 

 

7

 

돌아오니 춥다

온수 파이프 다 열어놓아도 따뜻해지지 않네, 어떡하는 거지?

 

배고프지는 않지만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국인지 찌개인지 개념이 없는 것

{그래도 범여권, 대통합...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김칫국쯤으로 부를 수 있겠다}

그리고 납작보리와 찰조 섞은 밥

 

 

7101308.JPG

 

 

-그렇게 한 주 갔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