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14
1
밤마다 누가 잔돌을 던지는가
기왓장 깰 정도는 아니지만
또르르 구르는 소리 난다
나가 잡지 못하니 기도 안찬다
2
밝기 전
먼저 일어나
마당 쓸어놓는다고
빗질 자국 남길 것 없네
{굴러온 가랑잎이 어질러 놓는다 해도
그때 가서 쓸지 않았다고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3
구절초
아홉 번 꺾였다는 건지
아홉 번 이어졌다는 건지
살면서 매듭 생긴다고
모진 목숨이라 할 것 없다
{토라졌다가 돌아서길 거듭해도
상강(霜降) 때까지 고운 꽃으로 남아...}
4
흔하다고 아무 것도 아닌가?
놀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별난
일상의 기적
꽃, 풀
바람, 구름
분홍만 몰려있다고 사과해야 되나?
자꾸 섞이니까 빨강이나 하양으로 남아있기 어려울 거라
고물 말고 깨나 밤 든 송편 찾던 시절은 갔는데도
5
시작할 때가 슬픈 거지
그간 슬픔을 키운 거지
이제 와서 이럴 줄 몰랐다고 할 게 아니지
6
늦지 않았다는 말은
기회가 또 올 수도 있다는 뜻이지
가버린 것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건 아니거든
7
돌아오니 춥다
온수 파이프 다 열어놓아도 따뜻해지지 않네, 어떡하는 거지?
배고프지는 않지만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국인지 찌개인지 개념이 없는 것
{그래도 범여권, 대통합...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김칫국쯤으로 부를 수 있겠다}
그리고 납작보리와 찰조 섞은 밥
-그렇게 한 주 갔음, 이상.